삼십세
삼십세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7.20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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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최 승 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세포가 싹 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아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

# 나이는 요상합니다. 젊었을 땐 참으로 더디 가더니, 나이가 들면서는 무척이나 빠르게도 갑니다. 거짓말처럼 어르신들이 ‘참 좋을 때다.’라고 하시던 말씀도 이제는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삼십이면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서야 하는 나이입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그런 나이.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끌어안고 내 삶의 태도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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