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밀양 송전탑…지역민·정책 충돌 장기화
제주 강정마을·밀양 송전탑…지역민·정책 충돌 장기화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6.06.30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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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법의 사선 폴리스라인 이대로 괜찮은가-④ 국내집회·시위 실태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백남기 농민’ 물대포 논란 여전

최근 UN서 ‘한국 정부 물대포 사용은 무차별적’ 지적

지역 사안에 외부단체 등 개입후에 폭력성 상승 의견도

영동유성기업·청주시노인전문병원 등 충북에서 장기화한 집회·시위는 노-사간 갈등에서 시작됐다는 게 특징이다.

반면 제주 등 다른 지역에서 전국적인 사안으로 드러난 문제는 정책을 놓고 주민과 정부 간 이견을 보인 데서 발단이 됐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지난 5월 1~3일 취재진이 찾은 강정마을에서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미사(천주교 종교행사) 형식으로 군사기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건설 반대를 요구하던 이들은 해군기지가 완공된 이후부터 기지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30여명의 참가자들은 ‘해군 기지 철거’와 ‘평화 마을을 지켜달라’는 등의 현수막을 들고 목소리를 냈다.

▲ 지난 5월 13일 취재진이 찾은 강정마을에서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미사(천주교 종교행사) 형식으로 군사기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건설 반대를 요구하던 이들은 해군기지가 완공된 이후부터 기지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30여명의 참가자들은 ‘해군 기지 철거’와 ‘평화 마을을 지켜달라’는 등의 현수막을 들고 목소리를 냈다.

# 10년 가까운 투쟁 ‘제주 강정마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2007년 6월 확정됐다. 하지만 일부 주민의 기지 건설 반대 등으로 사업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했다. 지난 2011~20 12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시위의 강도는 정점에 달했다.

제주지역 외 시민단체의 농성이 본격화하면서 2011년 중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공권력 행사로 사업은 재개됐다. 이후 강정마을 주민이 낸 사업승인 무효소송에서 법원은 ‘승인처분은 적법하다’며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5월 1~3일 취재진이 찾은 강정마을에서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미사(천주교 종교행사) 형식으로 군사기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미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2시간 가량 이어갔다.

건설 반대를 요구하던 이들은 해군기지가 완공된 이후부터 기지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30여명의 참가자들은 ‘해군 기지 철거’와 ‘평화 마을을 지켜달라’는 등의 현수막을 들고 목소리를 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미사형식의 집회·시위는 현행법상 신고를 하지 않아도 무관하다”며 “경찰과의 충돌보다는 공사진행을 방해하거나 인근을 지나는 군인·방문객 등과 시비가 돼 경찰이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강정마을 사태는 해군이 주민을 상대로 34억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 2014년 6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열린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밀양송전탑전국대책위 관계자들이 밀양송전탑 건설 계획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끝나지 않은 싸움 ‘경남 밀양 송전탑’

‘밀양 송전탑’ 문제는 경남 밀양시에 765kV 고압 송전선과 송전탑 위치를 두고 밀양 시민과 한국전력 사이의 갈등이 발단됐다.

2000년대 초반 송전탑 설치 계획 발표와 2007년 정부의 건설사업 승진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대책위원회를 구성, 송전탑 계획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때만 해도 지역 주민과 지역 내 일부 정치권 인사 등이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간헐적 단체 움직임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12년 1월 송전탑 문제는 큰 분기점을 맞는다.

송전탑 설치 반대 의사를 밝혀오던 한 주민이 ‘분신’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사실상 이때부터 송전탑 문제에 지역 밖 시민·환경단체 등이 동참하는 등 밀양 지역을 넘어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공사 강행 의지와 반대 의견이 충돌하며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고, 끝을 모르고 이어지던 상황 속에 안타까운 비극은 계속됐다.

2013년 12월 송전탑 반대를 주장하던 한 마을 주민이 음독으로 숨지고 얼마 뒤 또 다른 주민이 자살 기도를 했다.

2014년 6월11일. 기나긴 반대 투쟁을 벌여온 농성장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진행됐다.

한국전력 등은 2000여명의 경찰과 공무원 200여명 등을 동원해 농성장에 남아있던 움막 4곳을 강제 철거했다.

이때까지도 반대 의사를 밝혀온 주민은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행정대집행은 진행됐다.

# 불법행위 vs 폭력진압 ‘온도차’

‘제주 강정마을’의 경우 종교행사 형식으로 진행되는 등 대부분 평화적인 집회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일부 집회·시위 현장이 과열되면서 폴리스라인이 무너졌고 집회·시위 주최 측과 공권력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가 대표적이다.

민중총궐기에서 집회·시위 참가자 중 일부는 쇠파이프 등을 동원해 경찰버스를 파손했고 경찰은 물대포 등으로 진압에 나서며 양측 간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이 쓰러져 중태에 빠졌고 200일 넘도록 백씨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백씨 사건을 두고 정치적 논쟁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청에 대한 첫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백남기 농민의 상태가 안 좋은 것에 대해서는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불법 과격시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한국에서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며 “집회를 불법과 준법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눠 통제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UN은 백 농민 등 국내 집회·시위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물대포 사용은 무차별적”이라며 “물대포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 현장의 불법행위나 진압 수위를 두고 서로 간의 시각차가 확연하기에 이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전국 규모로 확대된 집회·시위 현장을 살펴보면 지역 밖 외부단체 개입 이전·이후로 그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밖 단체가 개입하기 전까지는 주민 위주로 사안이 다뤄지기 때문에 큰 마찰 등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어떠한 일을 계기로 지역 밖 단체가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집회·시위 현장의 무분별한 폭력 등 불법성이 짙어지고 결국 경력이 투입, 물리적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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