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집회 vs 과도한 공권력 … 노사갈등 악순환
불법 집회 vs 과도한 공권력 … 노사갈등 악순환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6.06.16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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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지금의 충북, 폴리스라인은 지켜지는가
▲ (왼쪽)지난 2011년 영동 유성기업 노조가 주간 2교대와 생산직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2013년 10월 13일부터 8개월 넘게 고공농성을 벌였다. ▲(오른쪽 위) 2014년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노조와의 갈등과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다. 최근까지 청주시와 노조 측은 노인병원 문제 최대 쟁점인 노조원 전원 고용승계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화물연대본부 충북지부 음성진천지회 풀무원분회 소속 조합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주장하며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2004년 노사 갈등으로 시작된 청주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태 이후 충북의 집회시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도내에서는 최근 5년(2011~2015년)간 한 해 평균 1600여건의 집회시위가 열렸다. 특히 노사 갈등에 따른 집회시위가 장기화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영동 유성기업과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음성 풀무원 사태를 꼽을 수 있다.

 

2011년 유성기업 생산직 월급제 도입 요구 파업
노조 고공농성 vs 사측 직장폐쇄·해고로 맞대응

2014년 청주시노인병원 노조원 해고 등 갈등 시작
노조원 분신 시도… 최근 전원 고용승계 두고 대립

음성 풀무원 분회 노조 협약서 이행·인권 보장 요구
노·사 접점 찾지 못한 채 장기화… 물리적 충돌도

 

# “유성기업, 노조파괴 중단하라”

영동 유성기업 사태는 2011년 시작됐다.

유성기업은 충남 아산과 영동에 공장을 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2011년 5월 노조가 주간 2교대와 생산직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 측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수차례 양측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며 급기야 노조원이 집단 해고,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됐다.

노조가 꺼낸 카드는 ‘고공농성’이다.

2013년 10월 13일 지상 22m 높이의 철탑 상층부에 나무합판 등으로 농성장을 만든 뒤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8개월 넘게 농성을 벌였다.

‘노조활동을 방해한 경영진을 구속하고 특검을 통해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라’는 게 요구였다.

2014년 3월 민주노총, 민중의 힘 등 전국의 30여개 시민단체 회원 등이 이곳에 ‘희망버스’를 보내 농성을 지지했다.

장기국면으로 접어든 고공농성 198일째, 유성기업 노조 간부에 대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유재산·물품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과도 같았던 고공농성은 2014년 6월 28일 259일 만에 영동지회장이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중단하며 종지부를 찍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유성기업 문제는 최근 또 한 번의 큰 분기점을 맞았다.

지난 3월 17일 영동군의 한 공터에서 유성기업 직장폐쇄와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해 온 노조원 한광호씨(41)가 목을 매 숨졌다.

이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을 찾아 고 한광호씨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노조파괴 중단 등을 요구하며 90일이 넘게 투쟁을 벌이고 있다.



# ‘고용승계 요구’ 청주시노인병원

2014년부터 시작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청주시가 국비 등 157억원을 들여 2009년 설립한 노인전문병원은 공모를 통해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던 중 2014년부터 노조원 해고 등 노·사 간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와의 갈등과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전 수탁운영자가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해 6월 6일 병원 문을 닫았다.

이후 시와 노조 측은 노인병원 문제 최대 쟁점인 ‘노조원 전원 고용승계’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시청 앞 장기 천막농성과 철거시도, 시 청사 내 노조원 분신 시도 등 충돌이 발생했다.

기나긴 대립 중 최근에서야 병원 정상화의 발판이 마련됐다.

수탁기관 공모 4차 만에 청주시와 청주병원이 ‘위탁운영에 관한 협약’을 했다.

병원이 문을 닫은 지 꼭 1년 만에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말끔하게 해결되지는 않은 상태다.

협약내용에는 청주병원이 청주시민을 우선 고용하고 노인병원 근로자 출신을 먼저 채용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노조에서 요구한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경찰-집회측 간 물리적 충돌… 왜?

지난해 음성에서는 풀무원 분회 화물노동자 파업도 있었다.

당시 풀무원 분회 노조 측에서는 협약서 이행과 인권 보장을 요구했다.

사 측에서는 풀무원 브랜드 로고(CI) 훼손 등 일부 화물차주들이 이해하기 힘든 파업을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유성기업과 청주노인병원 등 문제의 공통점은 노·사간 갈등에서 시작,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했다는 것이다.

장기국면 속에서 수많은 집회·시위가 반복됐고 경찰과 집회·시위 측은 끊임없이 물리적 충돌을 했다.

최근 5년(2011~2015년)간 도내 미신고·도로검거·업무방해·장소이탈 등 불법 집회·시위 건수는 13건, 모두 103명이 집회·시위 사범으로 입건됐다.

청주노인병원은 노조원 분신 시도와 시청사 앞 천막 철거 등 충돌이 이어졌다. 유성기업의 경우 최근 서울에서 고 한광호씨 분향소 설치 문제 등으로 경찰과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오는 24일 고 한광호씨 사망 100일을 맞아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노사가 아닌 주최 측과 공권력이 충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의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허용된 집회·시위에서 사실 주최 측과 경찰이 충돌할 이유는 없다”며 “하지만 신고내용 외에 불법 행위가 발생하거나 미신고 집회 등 강제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자의 생존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합법적인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 등 과도한 공권력이 오히려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원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은 “유성기업 사태는 사 측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통해 제2·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위하려는 상황에 공권력이 특정 입장에 치우쳐 폭력을 유도하고 이를 부각해 처벌하는 등 매우 잘못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본부장은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친 집회인데도 공권력은 질서유지를 넘어 이를 방해하고, 심지어 용역 깡패 등의 폭력을 묵인하는 등 특정 입장을 옹호한다”며 “집회·시위 현장의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과도한 공권력”이라고 덧붙였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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