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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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6.05.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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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진희 (진천주재)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4월 18일 전국 93개 지사중 12개 지사를 감축하는 지방조직 개편안에 맞춰 충북지역본부가 진천지사와 음성지사를 통합하고 주 사무소를 음성지사에 두겠다는 방침을 내렸다.

농업인들이 가뭄·홍수 등 풍수해 걱정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안전영농을 실현하고, 영농규모확대와 고품질 생산도 돕겠다는 게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내세운 통폐합 목표다.

이러한 결정이 발표된 4월 18일은 절묘하다. 총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상임위 경대수 국회의원이 이 사안을 챙겨보기에는 어수선한 시기를 골랐다.

또 이때는 영농철이어서 농민들의 동력이 떨어지는 시기다. 일에 바쁜 농민들이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때에 이 방침이 발표됐다.

이에대한 군민들의 대응은 지난 달 25일 진천군 이장단연합회가 강력대응을 결의하면서 숨가쁘게 진행된다. 26일 이장단 및 농단협 대표자들이 송기섭 군수를 면담한데 이어 다음날 27일 농어촌공사진천지사장을 면담, 철회투쟁의사를 전달하고 28일 시내일원에 통합반대 현수막을 게시한다.

이에대해 경대수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농어촌공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공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비록 절차에 문제가 있더라도 결국 공사의 계획대로 통폐합은 이뤄질 것이라는 공사의 오만함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통폐합 결정에 공사직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역농민들은 사전조율이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의 생존권 및 편익과 직결된 문제를 단 한 차례도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진천군민을 절대적으로 무시하는 처사’, ‘생존권과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강도를 높여 나갈 것임을 엄중 경고’, ‘걷잡을 수 없는 저항’…”

통합반대입장 발표문에는 공사의 최대 고객이면서도 철저히 무시당하고 소외당하는 농민들의 울분과 분노가 담겨 있다.

이번 통폐합 취지는 농어촌 현장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중복되는 인력을 현장에 배치하자는 것이라는 농어촌공사의 입장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이처럼 통폐합이 꼭 필요한 사안이라면 먼저 해당지역 농민들을 만나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시키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우리가 이렇게 결정했으니 따라오라’는 식의 밀어붙이기로는 농민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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