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면
면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5.11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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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이 병 률

손바닥으로 쓸면 소리가 약한 것이
손등으로 쓸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삶의 이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먹을 것 같지 않는 당신
자리를 비운 사이 슬쩍 열어본 당신의 가방에서
많은 빵을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삶의 입체라고 생각한다

기억하지 못했던 간밤 꿈이
다 늦은 저녁에 생각나면서 얼굴이 붉어진다
나는 그것을 삶의 아랫도리라 생각한다

달의 저편에는 누군가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도 그것을 본 적 없고
가진 적 없다고 한다

사람이라고 글자를 치면
자꾸 삶이라는 오타가 되는 것
나는 그것을 삶의 뱃속이라고 생각한다


# 종종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손바닥을 보면 손등이 안 보이듯,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될 때 흠칫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게 아니란 걸 모르는 이는 없다. 일상에서 문득문득 마주치는 각각의 얼굴이 낯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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