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달의 바다
  • 하은아 <증평도서관>
  • 승인 2016.04.18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꿈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다. 흔히들 꿈을 갖고 꿈을 키우라 이야기한다. 그럴 때 사용되는 꿈의 의미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 꿈은 어떻게 찾아야 하며 누구나 꿈이 있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한다. 꿈을 갖는 것이 꿈이 되는 때도 있을 것이며 꿈을 좇기에는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것이 힘겨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못하는 수학문제를 숙제로 받아 온 학생 같다. 숙제를 할 수 없음이 불안한 것처럼 꿈이 없다는 것이 불안하다.

꿈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꿈은 사치이며, 꼭 있어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활 속에서 ‘달의 바다’(정한아 저·문학동네) 책을 만났다. 노란색 책 띠지에 “만약 당신이 위로받고 싶고, 생에 희망이란 게 남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면 이 소설을 펼쳐 읽게 될 것이다.”라는 유명 소설가의 추천 평이 눈에 가장 띄었다. 이 책을 통해 나도 위로라는 것을 받고 싶었다. 어쩌면 꿈을 찾고 싶어서 읽었는지도 모른다.

스물일곱 살의 백수인 은미가 주인공이다. 신문기자가 되고 싶어 시험을 보지만 매번 취업에 실패한다. 은미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를 이룬다. 트랜스젠더가 되고 싶은 친구 민이, 취업은 접고 갈빗집에 출근하라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꿈을 꾸는 소녀 같은 할머니와 고모의 삶 이야기이다. ‘소리 없이 가장 빠르게 죽는 방법’을 찾아 수면제를 사 모으는 주인공에게 어렵사리 할머니가 내민 것은 미국여행이었다.

13년간 고모가 할머니에게 보낸 편지와 함께 가족들 몰래 미국을 가서 고모를 만나고 오라는 제안이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일 수 있는 고모의 편지는 우주비행사라는 낯선 직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었다. 우주를 유영하고 그 비행사라는 삶을 살기 위해 수행하는 것들.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경계가 모호하다. 그것을 확인하러 가는 은미의 여정이 꿈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나의 삶 같았다.

우주비행사일 것 같은 사실적 묘사를 비웃듯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았던 고모는 아주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고모의 삶에 대한 태도와 살아감이 희망을 이야기한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야.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은데 늘 우리의 밑그림을 넘어서니까 당황하고 불신하게 되는 거야. 기대 밖의 좋은 일도 있는 거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거고….” 라는 고모의 말에도 희망이 느껴진다.

이 소설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꿈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꿈을 좇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살아가겠다는 희망. 그리고 꿈을 가지겠다는 희망 말이다. 살아감이 지쳐도 내일이 다시 시작됨이 희망이 되듯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가치가 있는 사람이면 된다는 희망이 오늘의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