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경쟁의 심리학
남자와 경쟁의 심리학
  • 양철기<교육심리·박사>
  • 승인 2016.03.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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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뒷간’. ‘변소’에서 우리네 화장실은 그야말로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다. 깨끗함은 기본이고 각종 편의시설에 안락함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화장실에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남자화장실 소변기 구조다. 소변기 사이의 칸막이는 왜 없는 곳이 많으며 설령 있다 하더라도 높지 않을까? 심리학자들은 남자들의 몸에 밴 경쟁심에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남자들은 얕은 칸막이 너머로 상대의 모든 것이 보이는 상황에서 볼일을 볼 때마다 옆 사람을 곁눈질하면서 크기와 소리 등에 묘한 경쟁심을 느낀다.

액션, 스릴 영화에서 폭력장면은 주로 남자 화장실에서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최근 개봉한 배우 이병헌이 나오는 ‘내부자들’에서 남자 화장실이 폭력성의 중요 지점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 김현경은 소변을 볼 때마다 남자들이 느끼는 무의식적 경쟁심, 불안, 공격성이 영화 속에 표현된다고 남성 심리를 분석한다. 진짜 범죄자가 범행을 계획한다면 화장실처럼 퇴로가 보장되지 않는 공간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들에게 있어 경쟁은 삶의 기본 속성이며 유희이자 일종의 의식이다. 남자들의 놀이나 대화는 경쟁요소가 없으면 거의 성립되지 않는다. ‘경쟁의 심리학’저자 데이비드 어포스톨리코는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경쟁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성취를 이루기 위한 최고의 경쟁력을 기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경쟁이 필연적이라면 진정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효과적인 경쟁에 대한 자세와 경쟁력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하며 경쟁의 유형을 호전형, 경쟁형, 전략형으로 구분했다.

호전형(The Belligerent)은 경쟁보다는 ‘전투’에 몰입하는 사람으로 가장 원시적인 유형으로써, 승패에 집착하고 쉽게 화를 내거나 논쟁에 빠져버린다.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에게 실패를 확인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이다.

경쟁형(The Emulator)은 경쟁상대, 라이벌에 집착하며 객관적인 성과보다는 경쟁상대와의 상대적인 우위에 치중해 눈앞의 작은 승리에 가치를 둔다. 자신의 승리를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따라서 형제, 친구, 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출혈 경쟁도 서슴지 않는다. 호전형보다는 지혜롭지만 협력하는 데는 인색하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다.

호전형과 경쟁형 성향이 꼭 나쁘거나 부정해야 할 요소인 것만은 아니다. 경쟁에서 ‘기선 제압’의 측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호전형 성향은 꼭 필요한 요소이며, 다른 이들의 성공 전략을 분석하고 벤치마킹할 때는 경쟁형 성향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성향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발휘할 때 ‘전략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전략형은(The Striver) 자아를 균형 있게 바라보고 외부요소들을 내면화하지 않으며 자아의 성취에 집중해 스스로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한다. 이를 위해 때때로 호전성과 경쟁형의 전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학창시절 얼큰하게 취하면 꼭 학교 정문에서 본관까지 멈추지 않고 끝까지 오줌 누기 경쟁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러한 경쟁심은 삶의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을 것이며 지금 소중히 여기는 것들은 이러한 경쟁심이 빚어낸 결과물일 수 있다. 이따금 선을 넘어 스스로 화를 부르고 관계를 망치며 타인에게 아픔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적절한 균형점이 있을 텐데 도대체 그 선은 어디일까? 연대하고 협력해 경쟁의 한계를 넘어서는 선은 어디일까? 화장실에서 마주친 총각선생님과 소변 중 곁눈질하면서 ‘경쟁’에 대한 이 글을 구상했다.

/청주 서원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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