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사십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3.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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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고 정 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 공자님은 사십을 불혹이라고 했지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자리가 단지 숫자로 계산되겠습니까마는 그만큼 책무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인생주기가 길어지면서 100세 시대를 맞고 있지만, 나이 사십이 넘으면 머뭇거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체득하게 됩니다. 나를 나답게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이가 주는 선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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