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찾기
봄 찾기
  • 김태봉 <서원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승인 2016.03.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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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 김태봉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제일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봄일 것이다.

석 달 남짓한 겨울은 삭막하고 쓸쓸해서 마냥 길게 느껴지는데, 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는 힘은 바로 얼마 안 있어 봄이 올 것을 믿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봄은 야속하게도 빨리 오라고 보챈다고 해서 결코 빨리 오는 법이 없다. 때가 되어야 비로소 온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성미 급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봄을 기다릴 수가 없다. 그래서 봄을 찾아 산야로 나서곤 했는데, 송(宋)의 시인 대익(戴益)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봄을 찾아서(探春)



終日尋春不見春(종일심춘불견춘) : 하루종일 봄을 찾았으나 찾지 못한 채

杖藜踏破幾重雲(장려답파기중운) : 지팡이 짚고 몇겹 구름까지 갔었던가

歸來試把梅梢看(귀래시파매초간) : 집에 돌아와 매화가지 슬쩍 바라보니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흥건하더라





무엇을 기다리든, 기다림은 막바지가 제일 어렵기 마련이다. 봄도 마찬가지이다.

며칠 방 안에 조신이 있으면 알아서 올 것을, 그 며칠을 못 기다리고 기어이 방문을 열고 나서고 말았다.

그러나 애당초 찾아 나선다고 찾아질 봄이 아니다. 이것을 모를 시인이 아니지만, 그래도 조바심을 다스리기는 이만한 것도 달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시인은 종일토록 들이며 산이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봄을 찾았지만, 끝내 봄을 만날 수 없었다. 심지어는 명아주대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구름이 겹겹이 둘러싼 깊은 산 속까지 가보기도 하였지만 허사였다. 그래서 시인은 낙담한 끝에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며칠 산속을 헤매다 집에 돌아와 보니, 마당 매화나무에 꽃이 피어 있지 않은가? 그것도 나뭇가지 끝에 활짝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시인이 봄을 찾아 산속 깊은 데까지 다녀오는 동안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시인이 봄을 찾아 떠날 때는 피지 않았던 매화꽃이 그 사이 개화의 시기를 맞았던 것이었다.

같은 석 달이라 하더라도 사계절 중 겨울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춥고 삭막해서 겨울은 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우 내내 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鶴首苦待)한다. 그러나 기다림은 기다림일 뿐이다. 사람의 몫은 기다리는 것일 뿐, 봄의 도래(到來)는 결국 시간의 몫이다. 성미가 급해서 봄을 찾아 나선들 봄을 찾을 수는 없다. 봄은 때가 되면 알아서 온다.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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