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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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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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아, 새집줄게…
지난 11월 29일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는 '청주산남3지구 두꺼비생태공원 상생의 협약 이행 중간보고회'라는 다소 긴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이름 길이만큼이나 곡절도 많았지만, 이름이나 사연을 줄이고 줄여 가더라도 끝까지 남길 낱말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상생'일 것이다.

상생(相生). 4년 전 그곳 '원흥이 방죽'을 둘러싸고 갈등이 시작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고, 2년 전 갈등의 정점에서 맺은 협약의 정신도 그것이었으며, 앞으로 입주민들이 두고 두고 유념해 갈 지역적 '아젠다'도 바로 그것, 상생이다.

원흥이 구룡산자락 일대가 두꺼비 집단서식지로 알려지기 전만 해도 그 곳은 택지개발 예정지로 지정되고도 10년 가까이 세인의 관심권 밖에 있던 '시계(市界)안의 오지'일 뿐이었다.

그곳이 두꺼비 집단서식지임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2003년 봄 생태교육연구소 '터' 자연안내자모임 회원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이 그곳에서 '어린이자연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우연히 그 사실을 발견하고 주변에 알리게 된다. 경칩무렵 동면을 깬 두꺼비가 산을 내려와 방죽에서 산란을 하고, 부화되어 올챙이시절을 보낸 새끼들이 다시 산으로 올라가 서식하는 생태 사이클이 관찰되면서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용케도 보존되어온 그곳의 환경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일반인에겐 생소한 두꺼비들의 짝짓기 모습과 알덩어리, 올챙이 떼의 유영, 그리고 아기두꺼비들이 집단 이동하는 장관들이 TV를 타면서, 곧 택지개발로 매립될 운명이 더욱 안쓰럽고 안타까운 아이러니로 비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꺼비 구하기'는 시작되었다. 동년 6월 시작된 시민운동은 다음해 11월 토지공사와 '상생의 대합의'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반전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규모 면에서도 지역내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이 총 결집한 사상 최대의 지역운동이었다. 그들이 1년 반 동안 벌인 현장육탄저지, 줄이은 현장학습, 새벽시민동원령, 점거농성, 삼보일배·단식 등의 다양한 투쟁들은 역사적 타협을 이끌어낸 값진 동력으로 평가될 만하다.

이 운동은 우선, 생태보전의 가치를 개발이익보다 중시하는 생명운동의 의미를 지닌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공영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상생의 정신이 본질이다. 또, 갈등의 당사자 간에도 서로 윈윈을 모색하여 대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상생의 정신을 그대로 구현해 낸 의미를 지닌다.

지난달 29일의 행사는 '중간보고회'란 이름도 달고 있었다. 그것이 '협약이행' 보고회이고, 협약도 '두꺼비서식지 보전구역조성'이라는 특정사업에 대한 것이기에 사업 준공일에 있을 '종결보고회'를 전제로 한 명칭일 것이다.

그러나, 그 협약의 정신상생에는 결코 시효가 있을 수 없다. 상생의 정신은 이후 산남동 입주민간에 '영구협약'으로 승계돼야 할 것이다. 산남동의 생태환경 유지책임은 이제 지역민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놀이 중에 모래더미에서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 흥얼거리며 두꺼비집 짓는 놀이가 있다. 우리는 산남동에 들어찰 '새집'들이 그 노랫말처럼 두꺼비 '헌집'대신 짓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헌집'이 제집인 두꺼비들에게도 상생의 협약으로 '새집'이나마 지어준다지만, 두꺼비들이 거기 살아 줄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 기원대로 두꺼비들이 대대손손 짝짓고 알까며 우리와 상생해 줄는지, 못내 불안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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