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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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1.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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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권 혁 웅

 


네가 만질 때마다 내 몸에선 회오리바람이 인다 온몸의 돌기들이 초여름 도움닫기하는 담쟁이처럼 일제히 네게로 건너뛴다 내 손등에 돋은 엽맥(葉脈)은 구석구석을 훑는 네 손의 기억, 혹은 구불구불 흘러간 네 손의 사본이다 이 모래땅을 달구는 대류의 행로를 기록하느라 저담쟁이에게서도 잎이 돋고 그늘이 번지고 또 잎이 지곤 하는 것이다



# 무성한 잎을 다 떨어뜨리고 줄기만으로 겨울을 나는 담쟁이덩굴을 보면 뭉클합니다. 수많은 길이 단단한 벽을 잡고 바람으로 흐릅니다. 그 길은 부단히 인내하며 살아온 기록이자, 삶의 무늬입니다. 하늘에 천문(天紋)이 있고, 땅에 지문(地紋)이 있듯이 모두가 제 삶의 무늬를 그리며 지나가는 것이 생生입니다. 식물의 깡마른 길 앞에서 내가 그릴 인문(人紋)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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