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베어
스피릿 베어
  • 김주희<청주 수곡중 교사>
  • 승인 2016.01.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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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김주희

학교도서관을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실이 아닌 곳에 머물기 위해 오는 꾸러기들이 몇몇 있다. 학교생활 규정에 어긋난 복장과 험한 말투,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이한 행동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접근을 꺼리는 녀석들이다. 수업 시간을 통해 이 아이들을 만났다면 수업 진행 중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관계가 어긋났겠지만, 1 대 일로 도서관에서 만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있어 원만한 관계로 지낼 수 있었다. 서로 마음이 열린 상황에서는 굳이 엄격한 생활지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꾸러기 아이들 역시 교사가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예의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도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 폭력을 휘두르거나 욕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볼 때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 당황을 했던 적도 있었다.

도서 ‘스피릿 베어’(벤 마이켈슨 저)는 학생 생활 교육의 기초가 되는 ‘비폭력 대화’ 연구 모임에서 추천을 받은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회복적 정의’에 관한 것이다. 잘못한 사람을 바로잡기 위해 그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기초로 이뤄지는 정의를 ‘응보적 정의’로 본다면, 잘못된 행동으로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고 깨어진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정의를 ‘회복적 정의’라고 한다.

미국의 보호관찰 프로그램에 도입된 이 개념은 범죄와 형벌의 근간을 이루는 ‘응보’의 관점을 바꾸고 있다. 회복적 정의 개념은 현 사법 시스템에서 응보적 형벌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가해자는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받아 죗값을 치렀지만, 또다시 재범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피해자는 사법 시스템에서 소외되어 범죄 때문인 상처를 회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집단 따돌림을 행한 가해 학생은 교칙에 의해 등교 정지, 사회봉사 등 정해진 처벌을 받지만, 정작 피해 학생의 상처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해자가 학교를 활보하고 다니고,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는 때도 있다.

이처럼 회복적 생활교육은 기존의 생활교육이 피해를 당한 학생은 만족과 회복을 얻지 못하고, 가해 학생은 진정한 책임을 배우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소설 속 받음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때문에, 이를 막아주지 못하는 어머니 탓에 감당하기 어려운 분노가 응어리져 있는 소년이다. 걸핏하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자신의 분노를 엉뚱하게 풀어낸다. 돈 많은 아버지 덕분에 사고를 치고도 큰 처벌은 피해왔지만 급기야 피터라는 아이에게 심한 폭행을 가해 감옥에 갈 상황에 처한다. 감옥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원형 평결 심사에 참여한 콜은 알래스카 부근의 외딴 섬으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탈출할 기회만 노리던 콜은 스피릿 베어를 만나 죽음 직전까지 경험한 후 인디언 출신의 가 비와 에드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용서하게 되고, 책임을 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우리 학교 꾸러기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보람이다. 사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받음이 변화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외딴 섬에서 홀로 지내고, 헌신적인 보호 관찰관의 도움을 받고, 인디언 현자를 만나고, 죽음의 목전까지 다녀오고 나서야 비로소 변화가 되는 것을 보면서 한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사실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지 또한 개인의 노력과 함께 사회 시스템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힘든 일인가도 새삼 느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회복적 서클을 운영하면서 상처받은 우리 아이들을 치유하고자 헌신하는 동료 선생님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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