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는 전망이 아니다
높이는 전망이 아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1.06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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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허 만 하

높은 곳은 어둡다. 맑은 별빛이 뜨는 군청색 밤하늘을 보면 알 수 있다.

골목에서 연탄 냄새가 빠지지 않는 변두리가 있다. 이따금 어두운 얼굴이 왕래하는 언제나 그늘이 먼저 고이는 마을이다. 평지에 자리하면서도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높이는 전망이 아니다. 흙을 담은 스티로폼 폐품 상자에 꼬챙이를 꽂고 나팔꽃 꽃씨를 심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힘처럼 빛나는 곳이다.

아침노을을 가장 먼저 느끼는 눈부신 정신의 높이를 어둡다고만 할 수 없다.


# 이 시를 읽다 보면 청주의 수암골이 생각납니다. 우암산 비탈진 자락에 깔꼬막하게 들어앉은 집들은 도심과는 높이부터 다릅니다. 청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서면 가난한 사람에게 높이는 전망이 아니라 삶의 현장임을 체감합니다. 그 높이도 화려한 자본의 불빛에 잠식되어가고 있지만, 가난이 우리의 정신까지 가난하게 만들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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