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라는 말이 가슴에 팍 꽂히고 말았습니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이란 책의 커버 디자인에 들어가 있는 말입니다.
책을 집어들고는 ‘들어가면서’라는 서문을 먼저 읽었습니다. 책의 첫머리부터 제겐 멈출 수 없는 마음의 지진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나는 바둑 하나밖에 모른다”는 조훈현의 말은 달콤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의 말은 결국 “나는 바둑 하나만 알아도 모자란 게 없습니다”라는 식으로 보아도 무방했기 때문입니다.
구구절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경험적인 사유(思惟)로서의 자신의 세계에 대해 조훈현은 힘들이지 않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보기를 들겠습니다. 서문의 이런 부분을 함께 보시죠.
“타고난 승부사로 불렸던 나이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 인생에서 승패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떠하든 최선을 다하면서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요? 이 말의 본론적인 내용은 놀랍게도 책의 4단 내용으로 연결되더군요.
“바둑 격언 중에 반외팔목(盤外八目)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바둑판 밖에서 보면 8집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불안, 초조, 욕심 등으로 인해 눈앞에 있는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걸 비유하는 말이다.”
‘바둑판 밖에서 보면’이란 말이 나오지요. 또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둑판 위에 서 있다. 돌을 던지고 나가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겐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자신은 아무 것도 없다며 괴로워할지 몰라도 판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여전히 8집을 더 갖고 있다. 그러니 아직은 게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다름 아닌 ‘판 밖에서 바라보는 이’란 말입니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우물 밖에서 우물을 바라볼 줄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아, 얼핏 들었던 장자(莊子)의 우화도 떠오르더군요. 바다를 지키는 신 약(若)이 황하의 신 하백((河伯)에게 했던 세 가지 충고 가운데 하나 말입니다.
정와불가이어해(井蛙不可以語海). 우물 속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하여 설명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구어허야(拘於虛也). 그 개구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구요.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이란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이런 물음에 사로잡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우물밖 고수(高手)로 살래, 아니면 평생 우물안 하수(下手)로 살래?”
/에세이스트
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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