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연을 쫓는 아이
  • 정선옥<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5.11.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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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네개의 계급으로 나눈다. 1계급은 브라만으로 승려, 사제에 해당한다. 2계급은 크샤트리아로 왕족에 해당하며, 3계급은 바이샤로 농민이나 상인 등의 서민, 4계급은 수드라 즉 노예계급을 말한다. 수드라 안에는 불가측천민 즉 하리잔이라 부리는 최하층 계급이 있다.

카스트제도는 현재 법적으로 폐지되었으나 오늘날에도 1억명이 넘는 하리잔이 있으며 농촌에서는 여전히 부적정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랫동안 인도의 지배를 받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도 카스트제도가 존재했다.

이 책 ‘연을 쫓는 아이(할레드 호세이지 저·현대문학)’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배경으로 부유한 상인의 아들 아미르와 비극적 운명을 지닌 하리잔 계급의 하인 하산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이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아프간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뉴욕타임즈에 5년 연속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미국도서관협회의 청소년이 읽을 만한 도서에 선정되었다.

아미르와 하산은 주인 아들과 하인의 관계지만 때로는 친구처럼, 형제처럼 의지하며 지낸다. 카불의 겨울에는 매년 연싸움대회가 열린다. 아프가니스탄의 오랜 겨울 전통으로 상대방의 연줄을 끊어 연이 하나만 남을 때까지 싸움이 계속 된다. 끊어진 연은 먼저 잡는 사람이 주인이기에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라는 말을 하며 연을 끝까지 좇아가는 일은 주로 하산이 한다. 나약하고 소심한 아미르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 바바를 위해 아미르는 연싸움 대회에서 우승하며 아버지의 입가에 미소를 지어준다. 그날 하산은 또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아미르는 못 본체 한다. 죄의식에 시달리던 아미르는 결국 하산의 가족을 내쫓는다.

“사람들은 과거를 묻을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것이 틀린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과거는 묻어도 자꾸만 비어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26년 동안 아무도 없는 그 골목길을 내내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어릴 때 경험한 마음의 상처는 트라우마가 되어 내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불쑥 나타난다. 아미르는 하산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죄의식 속에 살아야 했다. 하산의 아들 소랍을 양자로 입양하면서 악연의 긴 고리는 풀리고 희망적인 결말을 맺는다.

과거의 잘못은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때 사람은 한층 성숙해진다. 나라마다 인종, 국적, 종교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는 존재한다. 이 책은 극심한 종교적 차별과 여전히 진행 중인 혼란스러운 정치사의 아프간에게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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