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고독자(孤獨者)
진정한 고독자(孤獨者)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5.10.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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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외로움과 고독의 사전적 의미는 별 차이가 없지만 심리철학적으로는 뚜렷이 구분된다. 외로움은 내가 타인을 필요로 함에도 ‘거절당한 소외’를, 고독은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자발적인 자기격리’를 의미한다.

철학자 틸리히는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외로움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은 고독’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정신분석학자 설리번은 ‘관계로부터 격리된 부정적 혼자됨’을 외로움으로,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됨’을 고독’으로 구분했다. 심층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쩌면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다.

루소는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고 말했다. 평생을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홀로 살았던 소로는 “숲으로 경계 지어져 있는 지평선을 나는 독차지하고 있다”며 고독할 때의 충만한 기쁨을 고백했다. 카뮈는 “우주가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다”고 말했으며, 괴테는 “영감은 오직 고독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고독을 예찬했다.

외로움은 옆에 누군가가 있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팔짱 낀 행복한 연인도, 팬들에게 둘러싸인 꽃미남 아이돌 스타도, 대가족의 일원도 밀려드는 외로움에 힘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난 외롭다고 느낀 적이 없어, 난 친구 많아”라고 말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은 어쩌면 외로움을 잊기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자신을 혹사하는 사람이니까. 휴대폰 없이는 잠시도 못 견디고, 이메일과 채팅, 계모임으로 사람과 연결되어야만 안심이 되는 가엾은 사람일지 모르니까.

‘어차피 이 세상에 믿을 놈은 하나도 없다’고 굳건히 믿으며,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로 강아지 한 마리, 분재 한 그루 대동한 채 칩거에 들어가는 것은 고독이 아니다. 그것은 어울림을 잘할 능력이 없어서 홀로 된 외톨이의 외로움일 뿐이다.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 호기심과 의욕이 없는, 감성 지능과 사회지능의 결핍자들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자르토리우스 “이러한 외톨이들이 고립과 슬픔과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독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진정한 고독자는 어떤 사람인가?

사회학자 울리히 백은 “진짜로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은 사회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고,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은 진정한 고독자가 되기 위한 노력과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깨달음이야말로 고독의 진정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기반이다. 진짜 고독의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은, 옹고집 이기주의자들이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이들이다. 진정한 고독자는 군중 속에 있을 때와 군중을 떠날 때를 잘 안다.

숙련된 고독자는 고독과 정적(靜寂)의 욕망이 끓어오를지라도 군중 속에 있게 되면 잠시 고독자의 습성을 접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다. 고독자는 혼자의 삶에도 대가이지만 늘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적극적인 관찰자이기도 한 것이다. 자신 있고 당당한 고독자의 조건은 세상과 더불어 쾌활하고 친절하게 사는 사람이다.

2015년 가을, 구석진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당신의 고독을 환한 창가로 데리고 와 이렇게 속삭여보자. “고독아 이리 와라. 우리 쓸쓸함 한잔 같이하자”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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