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
  • 조원오<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5.10.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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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조원오

아름다운 뿔을 가진 사슴은 못생긴 다리가 항상 불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숲속을 헤쳐 나올 때 저를 살려준 것은 못생겼으되 잘 뛰어준 다리였고 저를 죽일 뻔한 것은 화려하되 숲에 거리끼기만 하던 뿔이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타나 보이는 것은 믿으나 나타나지 않는 것은 믿으려하지 않는다. 부귀와 명예 권리 등에는 정신을 빼앗기면서도 내면의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다.

또한 눈앞의 이익에는 한 치의 양보가 없으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죄와 복은 생각하지 못한다. 형식과 거짓에 길들여진 탓에 허영과 이욕에 날뛰다가 결국 죄업의 구렁에 빠지고 만다.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을 알지 못하고 밖으로 나타나 있는 것만을 추구하는 삶은 화려한 뿔을 자랑하고 못생긴 다리를 탓하는 사슴과 다를 바 없다. 행복을 원하면서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 있음에도 그것을 바로 보지 못한다.

봄을 찾아 밖에 나가 종일 헤맸으나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 봄이 온 것을 알게 되었다는 심춘(尋春)이란 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종일 봄을 찾아 다녔으나 봄을 보지 못했네(盡日尋春不見春) 짚신이 닳도록 구름 덮인 산까지 가보았네(芒鞋遍踏?頭雲) 돌아와 우연히 매화향기 맡으니(歸來笑然梅花臭) 봄은 가지위에 벌써 와 있었네(春在枝頭已十分)

밖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밖에서 얻는 것은 명예 권리 재산 등이며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마음의 덕(德)이다.

명예 권리 재산 등은 사람마다 서로 갖고자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다툼이 끊일 날이 없다. 화려한 사슴의 뿔처럼 밖에서 얻는 명예 권리 재산 등은 영원한 나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안에서 얻는 마음의 덕은 영원한 나의 자산이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갈 수도 없다.

덕은 깊고 깊은 산과 같아서 수많은 짐승들이 거기에 의지해 살며 깊고 넓은 강과 같아서 수많은 물고기들이 그 안에 살고 있다. 덕이 크고 높으면 사람들이 믿고 따르고 세상의 희망이 되고 인류의 빛이 된다.

행복과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 한 집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소중하고 함께 사는 이웃이 소중하고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이 소중하다. 자기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직장 동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소중한 것을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소중하고 내가 하는 일이 소중하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소중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다. 행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행복해야 남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 나 자신이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게 될 때 세상 사람들을 존중하게 된다. 내가 부처가 되어야 세상 사람들을 부처로 대할 수 있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중생의 눈에는 중생의 모습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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