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걸 온 더 트레인
  • 이지수 <옥천삼양초 사서교사>
  • 승인 2015.10.05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소설 ‘걸 온 더 트레인’(폴라 호킨스 저·북폴리오)은 통근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오가는 여성과 다른 두 여성이 화자로 구성된 옴니버스 식 추리소설류이다. ‘류’라 붙인 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단순히 살인범이 누구인지에만 국한된 소설책은 아니기에, ‘일종의, 비슷한 형식의’라는 뜻으로 내용을 정리하기에 유리한 쪽으로 소설의 종류를 임의로 정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소설은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화자로 등장하는 세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잘 묘사해 놓다니. 소설을 읽어가며 절대 악인은 없다는 것처럼 세 여성 모두의 순탄하지 않은 삶에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짙은 공감을 했다. 이 소설은 공평하게도 세 여성 모두의 말에 성실히 귀 기울인다. 이런 옴니버스식 구성 때문에 독자들은 때로는 레이첼이, 메건이, 애나가 되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세 여성 모두 평탄치 않은 삶을 이어가는데, 그들 모두 상처받고, 살고, 살아내고… 그리고 그들이 주워진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방식도 다양하다.

자신을 술독에 빠트리며 그 순간만큼은 상처를 잊는 방법을 택한 여성(레이첼), 방황하던 어린 시절 방황으로 인한 동거와 마약, 매춘 그 와중에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의도치 않게 익사시켰던 어두운 과거를 가진 메건. 하지만 메건은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조차 비밀을 간직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남편에게는 한없이 정숙한 부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여자(레이첼)의 남편을 빼앗아 아이까지 낳았으나, 시작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던 터에 여전히 세 사람만의 온전한 가정은 포기해야만 했던 여성(애나)까지.

그중 가장 호감이 갔던 여성은 역시나 레이첼이다. 소설의 첫 장을 여는 범상치 않은 그녀의 행보에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으나, 그녀는 세 여성 중 가장 주인공다운 여성이다. 어처구니없게 살인을 당하지도 않았고, 실수투성, 알코올 중독자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술기운으로 흐릿해진 그녀의 기억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차에 오르내리며,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일상적인 듯하나, 폴라 호킨스의 일상적이지만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호기심 하나가 이렇게 멋지고 신선한 심리 스릴러 추리소설을 만들어 냈다.

막바지까지 주인공도 믿을 수 없는 소설의 전개, 소설 끝에 반전으로 드러난 진짜 살인범의 정체. 철로를 올곧게 달려나가는 기차처럼 심장을 쫄깃거리게 한다. 나른한 가을에 책 한 권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필시 밤잠 못 이루고 폭주하는 기차처럼, 내리읽게 될 것이다.

지난 1월 출간된 영국 소설가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은 영미권에서 가장 잘 팔린 소설 중 하나다.

전미대륙에서 6초마다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도 상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현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판권을 구입해 배우 에밀리 블런트 주연으로 영화 제작이 확정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