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본 투자에도 다시 찾기 어려운 탄광촌 전성기 시대
막대한 자본 투자에도 다시 찾기 어려운 탄광촌 전성기 시대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5.09.10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의 석회광산지역 공동화 실태와 대책 <5>
▲ 태백석탄박물관 입구

1966년 겨울 연탄파동은 우리나라 석탄산업 사양화의 계기가 됐다.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전국의 많은 석탄광산이 폐광됐다. 석탄광산 개발신화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역은 황폐화, 피폐화되고 있었다.

많은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돈 벌이를 찾아 지역주민들이 이주하기 시작했다. 지역경제가 위축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당장 먹거리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폐광은 지역경제 피폐화 외에도 환경오염을 그대로 남겼다. 인구가 급격히 줄고 폐광이후도 환경파괴현장은 그대로 였다.  

정부가 나서 광해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고, 폐광지역에 대한 경제살리기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갔다.

석탄폐광지역의 교훈

강원랜드 설립…'도박도시' 이미지·부채 증가로 재정운영 위기

2011년 보령 성주 탄광마을 '폐광촌 가꾸기 사업' 눈에 띄어

화순군, 바이오화순 사업 추진…발효힐링캠프 등 리조트 건립

'폐광지역 살리기' 정부의 제대로 된 투자·지원 방안 등 절실


전국의 폐광지역은 석탄산업합리화에 따른 정부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이후 투자가 이뤄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막대한 자본이 유입돼 투자가 이뤄졌다. 마을 단위로 소규모 대체산업들도 추진됐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투자와 지자체의 자구노력으로는 탄광촌 전성기의 지역경제 부활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일부 지자체는 막대한 부채로 위험한 지경에 놓였다. 대규모 자본을 들여 대체산업으로 관광산업을 추진했지만 만족할 수준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추진될 폐광지역에서 조차 막대한 민간자본유치 또는 정부와 지자체의 투자 효과가 기대치만큼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폐광지역에서 추진됐던 각종 사업들로 비춰볼 때 성공 여부를 점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70년대 검은 노다지 캔 탄광촌

우리나라 대표적인 탄광지역은 강원도 태백과 정선 일대다. 태백시는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릴때 인구 12만명의 지방 중소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강원도 외에 경북 문경, 전남과 충남지역에도 탄광촌이 형성됐었다. 

1980년대 후반 석탄합리화사업 이전까지 강원지역에는 3백여개의 크고 작은 탄광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3개 광업소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도 당시보다 90% 이상 감소했다.

태백 일대와 전국 탄광촌은 한때 골목을 다니는 개들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며 국가산업과 지역경제를 이끌어왔다. 

태백석탄박물관의 각종 전시물을 통해 당시 석탄산업이 국가발전과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태백 뿐 아니라 삼척, 정선, 영월, 삼척, 문경, 보령, 화순 등 전국의 폐광지역 7개 시·군이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경북 문경은 30개 이상의 탄광이 있었다. 강원도 태백 인근과 함께 제2탄전(炭田)지대였다. 이제 문경은 탄광의 흔적이 사라진지 오래다. 갱도는 폐쇄됐고, 광부들이 살던 집도 없다. 

이처럼 탄광지역이 80년 후반부터 큰 변화가 왔다. 그 변화는 진행형이다. 폐광 이후 지역경제를 살릴 대체산업에 대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 따라서 인구 감소를 초래하고 지역경제는 더 이상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곳도 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위한 자구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 태박석탄박물관 야외전시장

# 석탄합리화 이후 태백과 정선

태백시 인구는 지난 2014년 기준 4만8000명이다. 석탄산업이 최고점에 있을 때인 1980년대 12만명의 인구가 30년이 넘어서면서 무려 3배 가량 줄어든 것이다. 태백이라는 도시가 얼마만큼 쇠락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다. 자생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정부는 석탄합리화사업이후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폐광지역 회생을 위해 내국인 출입 카지노(강원랜드) 설립 허가를 내용으로 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지원법이었다.

강원랜드는 태백과 정선의 폐광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도박도시’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평가다. 일부 고용효과 외에는 지역에 투자는 수익금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결국 석탄합리화사업 이후 정부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폐광지역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제대로 된 투자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태백시도 막대한 부채로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백시는 최근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재정위기단체 주의등급으로 지정됐다. 태백관광개발공사의 오투리조트사업 보증채무 1157억원 때문이다. 이로 인해 1분기 기준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한 것이다. 

재정위기단체 주의등급은 ‘예산 대비 채무비율’, ‘금고잔액’, ‘공기업 부채’ 같은 재정지표가 일정 기준을 벗어나 지자체가 재정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는 단계다.

대형국책사업, 민자사업 유치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강원랜드 2단계 게임사업까지 백지화돼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다.

▲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전경

# 자구책 찾는  폐광지역들

2000년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된 보령시는 석탄산업합리화 이전까지 61개 탄광에서 연간 163만여톤의 석탄을 생산했다. 50년간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탄광이 문을 닫는 대신 대체산업에 기대를 걸었다. 

첫 번째 사업이 대천리조트였다. 보령시 210억원, 한국광해관리공단 240억원, 강원랜드 180억원 등 모두 630억원이 투자됐다. 그러나 이용객이 적고 금융부담도 갈수록 늘고 있다. 

보령시는 폐광지역 개발기금으로 대체산업 육성이나 기반시설 확충, 문화진흥사업, 관광진흥사업 등을 하고 있다. 보령시의 폐광지역 진흥지구는 8개 읍·면·동 148㎢다. 이 지역에 투자된 개발기금은 2013년까지 730억원이다. 시는 관광진흥사업 18건, 대체산업 육성 9건 등 67건의 사업을 완료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보령시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석탄박물관을 건립했다. 폐갱도의 바람을 이용한 냉풍육장과 버섯재배시설, 농공단지 조성, 자연휴양림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특히 2011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추진한 성주면 성주8리 탄광마을을 대상으로한 폐광촌 가꾸기 사업은 눈에 띄었다. 민간자본의 폐광지역 투자유치가 기대됐던 대규모 시네마월드 조성사업 추진은 무산됐다.

또 다른 탄광지역인 전남 화순군은 현재 운영중인 광산이 있다. 광주라는 대도시 위성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폐광에 대한 충격이 다른 지역보다는 낮은 편이다.

화순군 역시 석탄산업합리화 전까지 탄광이 지역경제 버팀목이었다. 석탄산업 비중이 컸지만 광주시의 위성도시 영향력에 미치지는 못했다. 따라서 다른 폐광지역과 달리 폐광에 따른 경제적 압박감이 크지 않았다. 화순의 폐광지역은 아직 이렇다할 대체산업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군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사업은 바이오화순이다. 총 637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바이오화순은 휴양기능과 발효테마를 갖춘 리조트 연수원 개발이 콘셉트다. 화순 도곡온천지구에 숙박시설, 발효레스토랑 및 남도 푸드거리, 발효힐링캠프, 발효효소관을 갖춘 리조트를 짓는다.

하지만 바이오화순에 대한 기대감은 긍정과 부정으로 갈리고 있다.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 효과와 애물단지 전락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있다. 

▲ 강원랜드에서 바라본 정선 사북 전경

/엄경철·이준희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