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 ‘구맹주산’ 교훈을 새겨라
청원경찰 ‘구맹주산’ 교훈을 새겨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5.09.10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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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하성진 차장(취재4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충북 경찰의 ‘말썽꾸러기’로 굳어진 청주청원경찰서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다.

조소와 비판 섞인 목소리가 분명하다. 내부에서조차 냉소의 대상이 된 까닭은 뭘까.

기자의 시각에서 우선 지휘관을 탓해본다.

경찰대(5기) 출신으로 2003년도 경정승진자인 최종상 서장은 10년 만인 2013년 가까스로 ‘막차’를 타면서 총경계급장을 달았다. 충북지방경찰청 수사과장에 이어 올해 1월 1급서인 청원서 수장자리를 꿰찼다. 총경 2년차 만이다.

승진 후 2·3급 서장과 참모를 지내고 1급서를 맡으며 ‘내공’을 축적해야 하는 통상적인 과정을 밟지 않아서일까.

경찰 관련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최 서장이 있다.

학내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청주대 사태와 관련, 대학 측과 학생회 측이 식당에서 단순 승강이를 벌인다는 신고에 최 서장은 정보과장, 지구대장 등 50여 명의 경력을 대동해 출동하는 ‘초유의 사태’를 자처했다.

안팎에서 ‘과잉수사’ 논란이 불거질 법도 했다.

7월 프로야구 한화 청주 홈경기 때는 직원들이 암표상 단속에 비지땀을 흘리는데도, 그는 청주시에서 받은 ‘공짜 표’로 야구 구경을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잇따른 최 서장의 ‘돌출행동’이 부적절한 처사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판단착오 등을 최 서장만의 역량 부족으로 봐야 할까.

참모들의 역할 부재를 아프게 꼬집어보고 싶다.

청원서 과장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지휘관이 제대로 판단하도록 보필하는 참모가 단 한 명도 없다.

지휘관의 눈과 귀가 돼야 할 정보과장. 지역 실정을 꿰뚫고 지휘관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핵심 참모인 정보과장은 관내 지리조차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타지역 출신 30대 초반의 3년차 경정이다.

노인 70여 명이 참여하는 합법집회 현장에 100여 명의 경력이 동원된 웃지 못할 일은 정보과장의 상황예측과 판단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내부 살림을 책임지며 서장을 가까이서 보좌해야 하는 경무과장 역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협력단체 관리업무를 하면서 자칫 오해의 소지가 될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도, 식사자리를 추진했다가 서장만 오롯이 비난을 받게 했다.

지휘관의 철학을 제대로 읽어 주민에게 치안정책을 알리고 대 언론 업무를 총괄하면서 경찰에 대한 언론 보도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것도 경무과장 몫이지만, 낙제점 수준이다. 수사라인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언론과 소통하며 대형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에 일조해야 하지만, 아예 ‘먹통’이다.

일단 ‘피하고 보자!’라는 심보로 언론과의 접촉을 스스로 차단해 원성을 샀다.

퇴직을 앞둔 몇몇 참모는 관조적 자세로 일관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일부 참모는 전문지식이 없는 보직을 맡은 탓인지 업무는 뒷전인 채 ‘보신주의’에만 젖어 지휘관 입맛만 맞추고 있다.

한비자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주막집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라는 뜻으로,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참모를 잘못 기용하면 화를 당한다는 얘기다.

청원서장과 참모들은 이 고사성어가 주는 교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내부에서조차 조롱받는 상황에 주민 신뢰마저 밑바닥까지 추락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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