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부모산성에서 만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청주 부모산성에서 만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 김명철 <청주서경중학교 교감>
  • 승인 2015.07.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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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서경중학교 교감>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어로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며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인 책임과 희생을 거론할 때 늘 하는 말이다.

14세기 프랑스 칼레시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치러진 백년전쟁 중에 영국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 함락되었다. 화가 난 영국 왕은 칼레성을 몰살시키려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6명을 상징적으로 처형하고 성을 살려주겠다고 했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때 6명이 처형대 앞으로 다가갔다. 놀랍게도 그들은 칼레시의 시장을 비롯해 법률가, 최고부자, 귀족들이었다.

영국 왕은 이들의 책임감에 감복하여 처형을 취소했고 칼레시를 살려주었다는 일화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수년 전에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섬 영유권을 놓고 전쟁을 했을 때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들 윌리엄이 전투기를 타고 참전한 사례나, 중국 마오쩌둥의 장남도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사례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들이 바로 병역기피, 탈세, 위장전입 등 탈법, 위법 등으로 온 국민의 마음에 상처만 주고 있어 안타깝다.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희생,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남의 나랏일인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역사 속에 우리 선배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바로 부모산성의 박춘무 선생 가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청주 가로수길 끝 지점,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에 부모산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부모산성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사건이다. 부모산성 아래 ‘박춘무삼대창의사적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석은 할아버지 박춘무, 아들 박동명, 손자 박홍원 3대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공적을 기리기 위한 비석이다.

한 사람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영웅으로 추앙해야 하는데 무려 3대가 의병장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니 이 보다 더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겠는가.

특히 할아버지인 박춘무 장군은 청주의 관군이 무너지기 전 4월에 의병모집 격문을 지어 의병을 모집했고, 700여명의 의병들을 이곳 부모산에서 직접 훈련했다. 그러다가 7월 4일 청주 복대에서 아들 동명과 아우 춘번을 앞세워 의병을 일으켰다. 그리고 공주에서 일어난 조헌과 영규대사가 이끄는 의병과 함께 청주성을 공격하여 무혈 입성하는 전과를 거두었다. 청주성 탈환은 임진왜란 최초의 승전보였으며 이 낭보는 우리 민족에게는 승전의 희망을 주었고, 적군에게는 패전의 위협이 되었다.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의병전이 전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부모산성은 청주지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남북을 연결하는 교통로가 발달한 요충지이다. 발굴 조사 결과 청주지역에 왕궁에 버금가는 시설이나 이 지역을 다스리던 큰 관청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청주지역이 지리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음을 말해주는 자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청주시민이 발로 직접 오르내리며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명소가 되었다. 부모산성에 오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박춘무 선생 집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녀 교육의 요소로 회자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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