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예술 결합 … 차별화 통해 장인도시로 성장
자본·예술 결합 … 차별화 통해 장인도시로 성장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7.01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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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베니스 인근에 구축된 지역예술 현장
▲ 무라노 섬의 풍경.

400년 유리공예 가문 무라노섬 뿌리 … 유리도시 명성
90년 전통 프로페셔널 모자이크학교 예술 장인 배출
톨렌티노 가죽공방 30년 장인들 최고 제품 생산 주력

 

청주시가 올해 9회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지만 예술적 토대 구축은 미흡하다. 국제행사와 지역 예술인이 겉돌고 경제효과 체감도도 현저히 떨어지면서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행사 때마다 논란이 되는 ‘청주와 공예의 연관성’은 청주의 예술 토대 구축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베니스비엔날레가 세계 미술을 선도하게 된 데에는 베니스 주변의 예술 토대를 꼽을 수 있다. 바다를 끼고 형성된 베니스는 탄탄한 자본과 예술이 결합해 산업화로 나아가하면서 문화예술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은 자연스럽게 예술 토대를 구축하며 다양한 예술이 동반성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베니스를 축으로 주변 도시에 넓고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는 예술현장은 단순히 베니스 명성에 기댄 후광 이미지의 도시가 아니라 차별화 전략을 통해 장인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 1903년 설립한 마르케주 톨렌티

예술은 다양한 관계망을 통해 풍성해진다.

하나의 예술이 두각을 나타내려면 저변의 다양한 요소들이 긴밀하게 토대를 구축할 때 가능하다. 이를 통해 예술 도시의 지속성도 담보할 수 있고 지역민들과 밀착된 생활경제도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니스 인근의 주변 예술현장은 베니스비엔날레를 통해 더 단단한 산업토대를 구축하는 요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베니스가 비엔날레 명성 못지않게 주변 도시에 구축한 지역예술 현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떻게 브랜드화하고 있는지 탐방해봤다.

 

▲ 무라노 가죽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에드  아르도 사장(오른쪽).

# 베니스 못지 않은 명성, 무라노섬

이탈리아를 가보지 않은 사람도 무라노섬 하면 유리를 떠올린다. 화려하고 찬란한 유리의 빛과 무늬는 무라노 섬으로 각인된다. `유리=무라노'라는 등식이 성립한 데는 유리 장인들의 역할이 주효했다.

982년경 유리기술이 베니스에 전해졌고 번창한 유리기술의 기법을 보전하고자 13세기 말 유리기술의 본거지를 베니스 북쪽의 무라노섬으로 옮기면서 유리 섬의 역사는 시작됐다.

400여년 전통을 이어온 유리공예 가문과 유리공예가들이 무라노섬에 뿌리를 내리면서 세계적인 유리도시의 명성을 쌓았다. 특히 스키아본 가문의 아름답고 화려한 유리 작품과 세계 최고의 유리 거장 피노 시뇨레또의 섬세하고 웅장한 작품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이 작은 섬을 찾는다.

베니스에서 배를 타고 40분 거리에 있는 무라노섬은 가히 유리 섬이라 칭할 수 있을 만큼 유리 장인들의 작업을 볼 수 있다. 유리로 만들지 못할 것이 없는 걸 보여주듯 다채로운 유리작품이 즐비하다. 또 구매를 자극하듯 갤러리와 장인들의 작업장을 연계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한다.

전통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무라노섬이야말로 예술이 부흥해 산업으로 성장하는 예술 현장이었다.

▲ 프리울리 프로페셔널 모자이크학교 프레베다니 교장(왼쪽)과 이사

# 프리울리 프로페셔널 모자이크학교

세계 유일의 프리울리 프로페셔널 모자이크학교는 베니스에서 2시간 거리에 있다.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는 3년 과정으로 모자이크 장인을 양성하고 있다. 학생은 정예원 50명을 선발해 교육한다.

교육과정을 마치면 세계적인 모자이크 장인으로 인정받을 만큼 철저한 도제 방식의 교육을 진행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을 지원하고 있어 교육비도 1년에 100유로이며 재능있는 인재를 장인으로 양성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프레베다니 교장은 “모자이크 학교는 30세 미만으로 전 세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모자이크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사용되는 모든 재료는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한다”면서 “모자이크 학교를 졸업하면 세계 유명 디자인 회사에 취업하거나 작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페셔널 모자이크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이 크다”고 소개했다.

이어 “모자이크는 유리, 금속, 돌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유리공예 발달과 유리재료 산업 발달로 5000여가지 색상의 표현이 가능하다. 디자인에 접목한 모자이크 산업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예술장인을 배출한 학교답게 모자이크학교 내부는 바닥부터 벽까지 모두 모자이크로 장식됐다.

유리와 디자인을 융합해 실용예술과 장인예술로 발전시키고 있는 학교 현장은 무엇보다 탄탄한 베니스의 예술토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무라노섬 유리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 무라노섬 유리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 마르케주 톨렌티노 가죽공방


베니스에서 5시간 거리에 있는 톨렌티노에는 세계적인 명품 가방을 생산하는 가죽공방이 즐비하다. 대단위 공장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산업에 비하면 이탈리아의 명품 가죽 공방은 10~30인 이내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마르케주 톨렌티노 가죽공방 역시 30여명의 장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구찌, 사넬, 팬디 등 세계 명품을 생산하고 있는 공방에는 한 분야에서 30여년 근무한 장인들이 대부분이다.

건축가였던 에드아르도 사장은 20여년 전 회사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에드아르도 사장은 “마르케주 톨렌티노 가죽공방은 1903년에 설립해 100년 동안 운영되어 왔다”며 “직원들은 이 분야에 최고의 장인이지만 장인이라는 개념도 없다. 자부심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자신의 일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들려줬다.

또 “세계적인 명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명품을 회사 자체에서 따로 판매하는 경우는 없다”며 “제품을 판매하는데 보다는 제품을 잘 만드는데 주력한다. 회사 간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하고 장인들은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해 최고라는데 긍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 명품 가죽공방이 즐비한 톨렌티노 마을.


/연지민기자

yeaon@cctimes.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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