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를 기다리는 마음
단비를 기다리는 마음
  • 유길상 <청주 서원벧엘 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5.06.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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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 유길상 <청주 서원벧엘 교회 담임목사>

나라 안팎이 온통 단비를 기다리고 있다. 정말로 비가 안와서 단비를 기다리는 마음도 있지만 나라 안팎의 모든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 질환)는 온 나라를 마비시켰다고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여기저기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두렵다는 사람들, 저녁에 식당에 사람이 없어서 일하는 직원이 미안해 할 정도라고 하고 각종 행사는 취소하는 분위기이며 주변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의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단비 같은 소식은 없고 늘 우울하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노력은 하지만 대응이 좀 미흡한 것 같고 정부와 세상이 두렵기도 하고 마음이 울적하기도 하다. 언제 메르스(중동호흡기 질환)가 완전히 소멸되었다는 반가운 단비가 내릴 것인가?

이 와중에 가뭄이라는 자연현상은 한 층 더 우리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다. 물이 없어서 농사는 물론이고 식수가 부족해 하루에 한두 번 물이 공급되는 산골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저수지가 말라서 바닥이 드러나고 밭의 곡식은 타들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농부의 마음은 얼마나 애가 탈까 생각해 본다. 단비 소식은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요즘 가끔 소낙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별반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루 빨리 단비가 와서 농부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곧 단비는 생명이고 생명줄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단비를 기다리는 농부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서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단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우선 우리네 삶을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변화하고 경청하는 겸손한 마음일 것이다. 매르스 문제도 그렇다. 왜 초기에 대응하지 못했나를 뒤돌아보고 철저히 반성하고 잘못된 것은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변화를 넘어서서 개혁과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구태의연한 권위주의는 과감히 벗어버리고 아랫사람의 소리를 듣고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겸손한 마음일 것이다. 매르스 감염환자들을 돌보느라 헌신하는 의사와 간호사, 관련되어 있는 모든 분들은 정말로 단비를 기다리는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매르스 감염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사명을 가지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곧 단비가 내릴 것이다.

단비를 기다리는 우리 온 국민의 마음에 단비가 흠뻑 내렸으면 좋겠다. 아니 곧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할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비가 내릴 것이다. 이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울적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으로 있지만 말고 움직이자. 우리는 이러한 시기에 누구를 원망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자.

나는 세상에, 이웃에,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단비가 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살아 왔는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이기적인 마음으로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작지만 단비를 전해주는 전령사들의 삶을 살아보자.

단비가 모여서 장마비가 될 수도 있다. 옛말에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이 있다. 가랑비의 삶을 살아보자. 힘들고 어려워도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우리의 이웃을 위하여, 세상을 위하여,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조금만 헌신하며 웃음과 희망을 주는 삶을 살아보자. 보잘 것 없는 내 삶을 통해 단비를 기다리는 이웃에게 조금만 단비가 될 수 있는 삶을 살아보자. 우리 이웃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는 가뭄에 조금만 단비의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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