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국제성 … 두 토끼 잡아야 `성공' 보인다
지역성·국제성 … 두 토끼 잡아야 `성공' 보인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6.17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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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베니스 아성에 도전하라

⑤ 지역 작가와 베니스비엔날레의 윈윈전략

국제행사 지역작가 명예·경제적 이득↑…지역성 극복
30여개 국가관 설립… 홍보·작품성으로 국제성 확보
청주시, 해마다 지역작가와 갈등…풀어어야 난제로

비엔날레의 원조인 베니스비엔날레가 세계 최고의 비엔날레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다양한 특화전략에 있다. 

행사 개최로 촉발된 갈등을 수용하고 변화를 모색한 베니스베엔날레조직위원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경제적 부와 함께 역사와 전통이란 자긍심을 시민들에게 안겨줬다.

베니스시가 세계 순수미술의 장을 펼치며 촉발된 갈등 중에는 ‘지역성’과 ‘국제성’이라는 문제가 깔려 있다. 지역작가와 국제행사 개최라는 범주 속에는 다분히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분야의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지만 ‘지역성’과 ‘국제성’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딜레마로 남아 있고, 이는 곧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풀어야 할 난제이기도 하다.

특히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공예’분야로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해마다 지역작가와 갈등을 겪은 청주시로서도 두 요인은 국제행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되었다. 

비엔날레의 논의 테이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행사의 성패를 가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년이라는 청년기에 접어든 비엔날레가 개최 때마다 고개 드는 폐지론을 종식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성’과 ‘국제성’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방안을 심도있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베니스비엔날레는 지역성과 국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았는지, 지역작가와 국제행사는 어떠한 방식으로 연대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30여 개 국가관, 홍보와 작품성으로 국제성 확보 

 베니스베엔날레는 지역작가들의 열악한 경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만큼 시작은 지역작가 중심으로 출발했다. 당시 주변국 작가의 참여도 있었지만 베니스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행사의 주축을 이뤘다. 

첫 비엔날레가 예상 밖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미술인들의 주목 속에 자연스럽게 국제행사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1907년 국가관 제도를 도입하면서 벨기에 국가관이 처음 생겨났고, 2년 후부터는 유럽 국가들을 필두로 국가관 규모가 확대되었다. 또한 전 세계 국가들이 베니스에 국가관을 설립해 이를 통해 세계미술시장의 주도권에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가관 제도는 ‘국제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더구나 자국이 돈을 들여 전시장을 건립하고 자국 예술인의 전시를 유치하는 운영 방식은 베니스시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수준 높은 세계 각국의 작품 전시는 물론, 국제 홍보 창구 구실도 획득하는 다중 효과로까지 이어졌다.

◈ 미술 중심과 관광으로 지역작가, 지역성 극복

국제위상이 높아진 반면, 비엔날레에 참여 기회가 점차 줄어든 베니스 작가들의 불만도 커졌다. 비엔날레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록 지역 작가와는 멀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수준 있는 작품만을 선호하게 되면서 베니스비엔날레와 지역작가 사이는 되레 멀어진 셈이다. 

하지만, 세계미술관계자들이 베니스를 찾아오면서 지역작가들은 스스로 전시하고 홍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고, 비엔날레를 세계미술계와 교류할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베니스라는 지역이 세계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관광산업으로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가 베니스 시민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지지층을 확보하는 요인이 되었다.

비엔날레 국제 홍보담당을 맡았던 마르띠나씨는 “베니스비엔날레조직위원회와 지역작가의 사이는 우호적이지 않다”며 “하지만 좋고 나쁨을 떠나 120년 전통 있는 국제행사는 베니스 작가들에게도 작가로서의 명예와 더불어 경제적 이득을 얻을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라는 공간에 세계미술인들이 스스로 찾아온다는 것은 지역작가들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마르띠나씨는 “작가와 국제행사의 관계가 윈윈전략으로 전환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베니스비엔날레는 전 세계 관계자들에게 자기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장이 됐다. 작가가 국제적으로 소개되는 루트가 생기면서 전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비엔날레와 지역작가가 상생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지역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그는 지역작가와의 연대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아직 젊다. 20년이 안 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는 마르띠나씨는 “18살이면 청소년이다. 스스로 할 수 없는 나이다. 베니스비엔날레는 120년이라는 역사 속에 다져졌다. 청주시 역시 국제행사를 끌고나가면서 지역작가들에게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는 지역작가와의 연대와 지역성 극복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청주·청주민예총미술협회와 공동으로 국제아트페어전을 준비 중이다. 이는 지역작가 끌어안기로 지역연대감을 높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베니스비엔날레에 동행 취재한 임은수 충북여성작가회장은 “지역작가가 참여하는 아트페어도 좋은 계획이다. 그러나 순수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전시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며 “상업적인 아트페어와 무게 있는 전시를 동시에 개최해 깊이와 이벤트로 미술행사의 균형을 맞추고 관람객에게 다양한 지역 미술의 지형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의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과 연계해 전시장에서 작가를 선정하거나 작가 자신들이 성격에 맞는 전시를 기획하면 심사 후 지원하는 방식도 지역작가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라며 “지역작가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다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더 풍성해질 뿐만 아니라 역량 있는 지역작가를 외부나 국제적으로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지민기자
yeaon@cctimes.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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