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만에 일부구역 해제… 주민들 고달픈 삶 여전
수십년만에 일부구역 해제… 주민들 고달픈 삶 여전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5.06.04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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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3개 국립공원 2개 다목적댐 지역발전 규제인가 기회인가
▲ 월악산 선암계곡 상선암

자연·문화유산 보존 가치 불구 수십년째 사유지 제척 민원

규제 풀려도 고령화·환경 변화로 관광사업 활성화 어려워

 

# 유서깊은 문화유산과 자연자원

월악산국립공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 있다.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로 이어지는 해발 525m 높이의 고갯길이다.

옛길이 그대로 보존된 하늘재는 신라 아달라왕(156년)이 북진을 위해 개척했다. 신라와 고구려가 뺏고 빼앗기는 쟁탈전을 벌였던 중요한 군사요충지였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전설이 깃든 미륵사지(사적 317호)가 옛길 입구를 지키고 있다. 옛길이 그대로 보존된 하늘재는 명승지로 지정됐다.

천혜의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국립공원의 잠재력있는 콘텐츠다. 경북 문경읍 관음리 쪽의 하늘재 정상부까지 아스팔트가 이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북이 충북을 부러워하는 국립공원내의 잘 보전된 자연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하늘재 입구에서 제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만수계곡과 송계계곡이 나온다.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계곡 주변에는 곳곳에 불교유적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제천 한수면과 덕산면을 지나면 단양군 단성면이다. 이곳도 월악산국립공원으로 선암계곡이 유명하다.

1994년 6월 30일 시우량(시간당 강우량) 80㎜ 이상의 집중호우가 휩쓸고 간 계곡은 그 원형을 많이 잃었다. 하지만 청정계곡이 유지되면서 주변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양군의 관광자원 중 하나다.

대강면 방곡리와 경북 문경시 동로면의 벌재터널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끊긴 백두대간을 잇는 생태터널이면서 충북과 경북을 잇는 고갯길이다.

이곳 역시 충북과 경북이 공원 안팎의 하천을 경계로 이웃하고 있다. 자연과 문화를 공유하면서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것이다.

# 수십년째 해결 안된 공원구역 해제 민원

월악산은 1984년 12월 3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지정 31년째인 월악산국립공원은 여전히 국립공원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행위에 대한 강한 규제가 공원내 지역주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고 있다.

수십년동안 주민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삶의 터전을 공원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정부는 한때 규제를 완화하는 듯 했다. 2009년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국 국립공원을 일부 해제했다. 각 시·군이 요구한 면적 가운데 자연마을지구 등 주민 거주지는 대부분 해제됐다.

그러나 면적 비중이 높은 농경지는 해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월악산국립공원내 충주 수안보면 3개 마을, 제천 한수면과 덕산면 16개 마을이 해제됐다. 상당수의 농경지는 풀리지 않았다.

그후 주민들은 또다시 정부를 대상으로 사유지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 생존권 문제가 걸린 국립공원 구역 해제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 국립공원 해제지역의 현주소

월악산국립공원 선암계곡 주변 일부 지역은 5년전 공원구역에서 해제됐다. 일부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을 중심으로 펜션이 우후죽순 생겼다.

현재 일부 지역은 계곡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제천시 한수면 송계계곡에는 펜션촌이 들어섰다. 일부 지역이 공원에서 해제된 이후 변화가 온 것이다.

문제는 공원해제 후 원주민들이 아닌 외지자본 유입이었다. 30년 동안 묶였던 곳이 해제됐지만 원주민들은 고령이 됐다. 농사짓기도 힘든 나이에 장사를 할 처지가 되지 못했다.

설상 젊은층이라 하더라도 초기자본이 만만치 않은 관광사업에 손을 대기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현재의 국립공원지역 원주민들의 처지다.

원주민들은 너무 늦게 공원에서 제척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원주민들의 고령화가 상당히 진척됐고, 관광패턴마저 크게 변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편의시설을 갖춘 펜션사업도 이제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관광패턴이 국내에서 국외로 옮겨가고 있고, 각 지자체가 치열한 관광객 유치 경쟁을 하면서 월악산 등 충북의 국립공원이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놓였다.

월악산국립공원 선암계곡 주변지역은 5년전 공원에서 벗어났지만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그래도 주민들은 공원구역내의 사유지 제척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사유지에 대한 재산권이라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 월악산 하늘재 입구

# 국립공원 연계 관광산업 실태

충주는 월악산국립공원 인근에 수안보라는 온천관광지를 보유하고 있다. 수안보는 속리산지역과 함께 70~80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역 중 한곳이었다. 월악산이라는 명산을 끼고 있는 것도 관광 활성화에 한몫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수안보는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전국에 온천관광지가 많이 생겼고, 국내 관광패턴이 바뀐 탓도 있다. 그러나 관광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한 국립공원 지역과의 연계된 프로그램 개발, 콘텐츠 개발 부족도 원인이 되고 있다.

충주와 제천, 단양으로 연계되는 충주호 수로관광길도 월악산국립공원과 맞닿아 있다. 풍부한 수자원과 수려한 자연자원, 우수한 문화유산을 활용한 특화된 지역관광산업 육성 노력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천시 한수면은 국립공원과 연계한 관광산업을 위해 펜션 등 숙박시설, 편의시설을 갖추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원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부족으로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자치단체도 시골의 한 지역으로만 치부할 뿐 이 지역은 여전히 낙후지역으로 남아 있다.

단양군은 대강면 방곡리를 도예촌으로 육성했다. 이 역시 현재는 시들하다. 도자기를 굽는 곳이 전국에 우후죽순 늘고 있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아졌다. 일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도자기 생산으로 도예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엄경철·정봉길·윤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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