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패턴 변화로 쇠락의 길 … 주변지역간 갈등 심화
관광패턴 변화로 쇠락의 길 … 주변지역간 갈등 심화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5.05.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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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3개 국립공원 2개 다목적댐 지역발전 규제인가 기회인가
▲ 속리산 법주사 앞 오리숲.

<4> 속리산국립공원

관광객 줄고 주민들 수익 감소 
법주사 문화재관람료 징수 논란
경북 화북방면 탐방로 선호
상주시 관광활성화사업에 적극
보은 등 충북지역 위기감 고조

속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입구의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9호). 600년 풍상을 버텨온 노송은 쇠약해져 있다. 모진 비 비람과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하나, 둘 꺾여 이제는 절반만 남아 있다. 세월의 무상함을 절로 느끼게 하는 노송 정이품송은 쇠락한 속리산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듯하다.

1960년~80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였던 속리산이었다. 수학여행지로 꼽혔던 속리산은 경주 불국사 등과 함께 중·장년층의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 속리산이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여가시간이 많아지면서 소비와 관광패턴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 중심의 관광패턴은 해외관광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국내 관광유형도 보고 즐기는 형태에서 체험형으로 변해갔다. 각 지자체마다 관광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한때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였던 속리산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관광객이 줄어들고 지역주민들의 수익도 감소했다. 국립공원 지정 45년째 속리산은 아직도 위기라는 터널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낙후지역으로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람료 폐지 등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는 한 탐방객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카 사업도 지금은 보은군이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상주시도 같은 사업을 추진 중에 있어 사업 지연에 따른 선점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 문화재관람료 갈등과 케이블카 사업

문장대를 오르는 속리산국립공원 탐방객은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 방면보다 경북 상주시 화북에서 시작되는 탐방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화북방면의 코스가 짧은 이유도 있지만 문화재관람료가 원인이다. 

지난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지만 법주사는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다. 관람료 징수는 국립공원 탐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런 민원을 해소하고 속리산 상가지역 활성화를 위해 충북도가 관람료 폐지에 따른 보전지원방안을 제시했으나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케이블카 사업에 지장을 준다. 보은군은 이미 케이블카 사업을 위한 용역을 끝냈다. 하지만 관람료 문제로 인해 케이블카 탑승장 위치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법주사가 관람료 징수에 영향이 없는 곳에 탑승장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보은군은 용역 결과에 따라 속리산 매표소 앞 광장 인근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문화재관람료 징수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속리산국립공원 관광 활성화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오랫동안 해법을 찾지 못한 관람료 징수 문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보은지역에서 팽배해지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만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주민들은 관람료 문제로 활성화사업이 지연되면서 경북 상주에 관광객을 빼앗길까 우려하고 있다. 탐방객이 늘자 속리산국립공원 화북탐방지원센터 인근에 주차장 설치를 추진 중이다. 상주시 등이 속리산 관광 활성화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보은지역의 위기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 문장대 용화온천 개발 갈등

문장대 용화온천 개발 갈등은 20여년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3년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갈등 재연될 조짐을 보였지만 표면화되지는 않았다. 상주시가 재추진하려하자 충북도와 괴산군이 반발, 더 이상 추진되지 않았다. 

문장대 온천 개발지역은 행정구역상 경북 상주시 화북면이다. 괴산군 청천면과 경계지역인 이곳은 속리산 문장대 뒤편이다. 상주시가 추진하려던 온천이 개발되면 괴산 청천면 사담리 청정계곡의 환경파괴가 예상된다. 상주시가 미련을 못 버리는 이곳은 대표적인 도계 분쟁지역이다. 

1998년 공사가 중단된 화북면 용화리 문장대 온천개발지역은 당시 공사현장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일부는 인삼밭 등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는 공사중단현장은 국립공원내 도계 주민간 충돌된 이해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국립공원 밖에 위치해 규제를 받지 않지만 지자체와 주민간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곳이다.

◈ 속리산국립공원의 계곡들

속리산국립공원에는 많은 계곡들이 있다. 괴산군의 화양동, 선유동, 쌍곡이 대표적이다. 보은군에는 만수계곡과 서원계곡이 있다. 계곡들은 여름철 대표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골이 깊은 계곡과 많은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천혜의 자연자원을 그대로 보전됐고, 인문사회문화유산이 많다.

하지만 잠재력있는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힐링 붐에 힘입어 지자체 등이 나서 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역시 전국에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가 생겨나면서 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 국립공원 안팎의 지역주민들

속리산국립공원 안팎에는 많은 주민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공원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거나 농사가 주업이다.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의 상가지역,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 화양동·쌍곡·선유동 계곡 주변의 주민들은 여전히 속리산국립공원과 함께 하고 있다. 

관광지가 아닌 곳의 주업은 농업이다. 보은군 산외면과 괴산군 청천면의 속리산 문장대 뒤편 지역주민들은 농사가 주업이다. 한때 웰빙바람을 탄 오미자 인기에 힘입어 많은 농가가 이 농사에 뛰어들었지만 과잉생산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형적인 산간농촌지역인 공원 안팎의 지역주민들은 이제 고령화를 걱정하고 있다.

속리산국립공원은 백두대간을 경계로 충북과 경북이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양쪽의 상생발전보다는 대립과 갈등 관계에 있다. 자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대립과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문제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공존과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속리산 법주사 금동미륵대불.
▲ 속리산 문화재관람료 매표소.
▲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

/엄경철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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