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버릇 여든까지 … 어릴적부터 `원칙' 가르쳐야”
“세살버릇 여든까지 … 어릴적부터 `원칙' 가르쳐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5.02.16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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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선촌' 김봉곤 훈장이 말하는 가족공동체

수평적 현대 가족사회 … 존경심 상실 · 정체성 혼돈

21세기 자녀 孝 · 禮 부족 … 부모의 권한·책임 절실

일방적 과잉사랑 보다 땀·나눔·공동체 소중함 필요

지난 12일 충북 진천군 문백면 평산리 서당 ‘선촌(仙村)’에서 김봉곤 훈장을 만나 현대사회에서 가족공동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 들었다.

김 훈장은 “가족의 위기, 가족붕괴라는 말이 나오는데 구성원이 잘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수신제가(修身齊家)란 얘기가 있다. 수신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되지만 가족 얘기를 하면 범위가 넓어진다. 너와 내가 있고 그 속에는 위계질서가 있고 뿌리가 있고 근본도 있다. 결국은 자기를 떠난 가족공동체가 한 집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가 바로 가족, 식구다.”

◈ 유교적인 의미의 가족은

“유교적인 입장에서 가족의 의미는 부모라는 단어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부모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족이 구성된다. 그래서 모든 것은 부모로부터 시작하고 끝난다. 자녀들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부모가 생존문제에 역할을 하고 훈육도 하고 질서라든지 통솔력이라든지 어떤 가족 구성체로 가야하는 목표의식, 다시 말하면 가문을 중요시하는 가풍이 생겨난다.”

가풍은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자녀들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자녀가 성장해 결혼하면 장자(長子) 중심으로 흘러간다. 덧붙여 말하면 자녀들은 결혼을 하더라도 독단적인 취사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결혼을 해도 그럴진데 하물며 미성년자는 어떻겠느냐. 아버지, 어머니 말씀이 곧 법이요 진리라는 것이 김 훈장의 말이다.

“그럼 조선시대에서 가족공동체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효자를 한번 보자. 현대문명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조선시대에 효자가 많을까, 현대에 많을까. 조선시대가 많았다.” 그럼 왜 그럴까. 그는 “조선시대가 소통이 더 잘됐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었다. 부모가 ‘그랬냐’ 그러면 무슨 뜻인지 다 알아 들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효자가 더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가 수직적 가족사회였다면 요즘은 수평적 사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You’ 문화를 설명했다. 할아버지도 You, 선생님도 You, 심지어 대통령도 You라고 한다. 이것이 수평사회 문화가 들어와서 교육받은 층들이 책과 교육 등을 통해 친구같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전방위적으로 얘기하다보니 우리사회가 그렇게 간 것이다. 동방예의지국 DNA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말도 안된다. 그것이 소통이 잘되고 친밀감이 형성되며 보편화된다고 했지만 결국 소통이 안된다고 난리다.

그는 “더 친해졌는 데 그것이 왜 안될까. 그것은 바로 자식이 자기 자리와 위치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고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어떻게 친구냐. 그럼 친구처럼 막대해도 되는 존재냐. 이렇게 아버지가 우스운 존재가 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다시 얘기하면 사랑은 넘치지만 존경심은 없어지고 그렇다 보니 소통이 안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체성의 혼돈이 생겨서 그렇다는 얘기다.

이렇게 자식과 친구가 되겠다고 한 것은 결국 부모다. 자신의 자리를 ‘하향 평준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모가 알아서 자신을 낮추니까 자식들이 부모를 만만히 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원칙 없는 현대사회

김 훈장은 조선시대 부모들은 성년과 미성년 자녀들을 분간해 대하는 원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이런 원칙이 없다. 未成年(미성년)은 못할 미, 이룰 성자다. 정의를 하면 지적으로 육체적으로 미성숙. 미완성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미성년자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또 교육이 필요하다. 누가 끌어줘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스승이 이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부모를 끌고가고 학생들이 스승을 끌고가는 형국으로 뒤바뀐 것이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효도를 놓고 교육을 하면 아이들 99%가 운다. 왜 우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부모한데 막 대하며 자랐구나를 스스로 느껴서 운다고 대답한다. 결국은 가정교육이 없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가르치는 교육 즉 가정교육이 21세기에는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그 교육은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교육의 핵심 의미가 여기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21세기 자녀들이 가장 부족한 것이 효(孝)와 예(禮)다. 가치교육 태도교육이라고 하는 데 교육의 핵심은 ‘차별성’이다. 가장 인간다운 몸짓과 인간다운 말씨가 무엇인지를 가르킨다. 이것이 차별화다. 교육의 핵심은 자식이 부모를 알아보고 제자가 스승을 알아보고 부모와 스승은 자녀와 제자를 어떻게 인간답게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키우고 목표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 가족공동체 회복 방법은

가족 붕괴의 원인으로 김 훈장은 부모들이 너무 많은 권한과 권리를 자녀들에게 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는 부모가 70~80%의 권리와 권한을 가져야 한다. 반대가 되면 자녀가 군림을 한다. 그렇게 키우다보면 이기적이 된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소통이 안되는 것은 부모는 이가적(利家的)이지만 자녀는 이기적(利己的)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전체를 보고 생각하지만 자녀는 자기만 생각한다. 부모가 그렇게 키웠다. 이기적인 마인드와 이가적인 마인드가 충돌하는 것이다. 결국 눈높이가 안맞아 소통이 안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그는 어려서부터 원칙있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원칙은 옳고 그름이다. 어떤 경우라도 부모는 근본적인 옳음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과잉사랑이 되다 보니까 아이들은 계속 받는 존재가 되고 만다. 중학교에 가서 부모가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면 아이들은 부모가 ‘변했네’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갈등이 되고 부모와 자식이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자식의 말을 들어보면 다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모의 책임을 더 강조했다. 소중한 관계라면 자녀들에게 땀의 소중함, 나눔의 소중함, 공동체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자식들도 집안일을 시키고 가르쳐야 한다. 자식들이 자기 할일만 하도록 둬서는 안된다. 같이 해야 한다. 그랬을때 그것이 나눔이고 희생의 정신이며 구성원으로 책임과 의무다. 지금은 책임과 의무가 안되고 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를 예로 들었다. “조선시대는 소통이 빈곤속 풍요다. 격이 있고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아버지 자리에 어떻게 자식이 감히 앉느냐. 즉 부모 중심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완전히 자식위주다”고 지적했다.

“조선시대에는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효(孝)와 예(禮)가 최상의 가치였을 때 부모에게 누가 대들 수 있겠나. 소통은 그렇게 위엄과 격이 있는 가정 환경과 교육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소통이 된다 안된다는 자체가 없다. 빈곤했지만 풍요했다.”

그는 현대 사회를 풍요속의 빈곤으로 진단했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롭지만 소통은 조선시대보다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부유별(夫婦有別) 얘기도 덧붙였다. 부부는 수평적 관계라는 것이다. 부인이 남편을 공경하면 자식도 자연히 아버지의 위치를 인정하고 대접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담 이형모기자

lhm1333@cc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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