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도시, 보편과 차이
동아시아문화도시, 보편과 차이
  • 정규호 <문화기획자>
  • 승인 2015.02.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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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

며칠 전 한 후배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는 필자와 지난 2008년 청주문화산업단지에 문을 연 어린이 체험 놀이 공간 청주에듀피아의 개관을 비롯해 지난 해 2014 청주직지축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행사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올해 진행 중인 동아시아문화도시 관련 각종 행사 가운데 다음달 9일로 예정된 개막식에 대한 기획과 연출을 돕기로 했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한 그는 먼저 얼마 남지 않은 준비기간에 대한 걱정을 서둘렀다.

동아시아문화도시는 지리적 갈등과 차이점을 극복하고 문화도시의 문화공존과 문화교류를 통한 동아시아 문화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 문화도시 한국 광주시 홈페이지 참조)

올해는 청주와 더불어 중국의 칭다오와 일본의 니가타가 함께 선정돼 동아시아의 대표적 문화적 토양을 자랑하게 됐다.

나는 이 후배의 대단한 걱정에 몇 가지 생각을 들려줬다.

먼저 서로 유사한 것 같지만 엄연히 다른 청주와 칭다오, 니가타의 문화에 대한 보편성과 차이를 파악하는 공부를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칭다오와 니가타는 항구도시라는 공통의 특성이 있다. 니가타는 동해를, 칭다오는 서해를 향하고 있으니 청주는 두 개의 커다란 항구도시가 감싸고 있는 중핵에 해당되는 지리적 특성을 찾아내 이를 상징화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바다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칭다오·니가타의 기상과 돛대 형상을 지닌 청주의 국보 용두사지 철당간의 이미지를 결합해 미래로, 세계로 웅비하는 상징성을 충분히 연출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겠다.

준비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개막식에 사용하는 음악은 충분한 전문성을 확보한 시립예술단을 활용하되 교향악보다는 국악을 중심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했다.

아무래도 국악이 서양음악에 비해 수월한 즉흥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과, 국악의 신명나는 가락이 모태가 되어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난타’ 형식의 비언어적 요소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세 나라의 참가자들을 하나의 신명으로 묶어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 한 가지, 개막식에 사용될 레퍼토리에 대해 나는 양방언이 만든 음악이거나 청주 출신 박영희의 작품 중에서 찾아 볼 것을 제안했다.

재일동포인 양방언은 의학을 전공했으나 뮤지션이 된 소위 이종 융합의 아이콘이자 국악을 비롯한 동양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퓨전음악의 세계적 대가로 세 나라의 문화인 모두가 몰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상상해 보라. 칭다오의 맥주와 청주 현도의 맥주가 서해로 흐르는 통합청주시 부강의 황포돛배와 만나고, 거기에 단레이(淡麗)로 지칭되는 니가타 전통주가 더해져 그 신의 물방울들이 세계를 향해 용솟음하는 모습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다면 얼마나 감동이겠는가.

청주는 에듀테인먼트를, 칭다오와 니가타는 애니메이션이 강하다는 동질성이 그것과 잘 어울릴 것이며, 이를 통해 문화적 소통과 더불어 새로운 접점을 찾아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런 어울림이라면 중국과 한국 갑오년(1884년)의 쓰라림과 러·일전쟁으로 얼룩졌던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비극의 시작에 대한 씻김굿으로 떠오르며 해원의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동질과 차이를 극복하고 보편성을 확보하는 길. 그 길이 동아시아문화도시들이 함께 가야 할 길이다. 그 길 역시 사람이 만들며 사람이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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