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출생순위 심리학
아들러의 출생순위 심리학
  • 양철기 (박사·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 승인 2015.02.05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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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렛 아들러(A. Adler)는 프로이드나 융에 가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이다. 하지만 요즘 서점가에 뜨고 있는 ‘자기 개발서’의 대다수는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들러는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는가?’보다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무엇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자였다. 아들러는 그의 심리학 이론을 개인심리학이라 명명했는데 이는 인간을 사회생태적 체제 속의 한 구성요소로 속해 있는 것으로 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따라서 아들러는 가족 집단에 관심을 가졌고 출생순위에 따른 생활양식(성격) 유형론을 발표했다.

아들러는 차남으로 태어나 위에 자신보다 능력이 있고 어머니의 사랑을 차지하는 형에 대한 질투심으로 쓰라린 경험을 했다. 아울러 동생이 태어났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바로 동생에게 옮겨 갔다. 아들러는 동생에 대해서도 질투를 했는데 얼마 후 동생은 죽었고, 아들러는 이로 인해 어린시절을 죄책감 속에 보내야 했다. 아들러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그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인 ‘출생 순위 이론(형제간 경쟁이론)’이다. 이 이론은 동일한 부모 밑의 형제라도 자신이 태어난 출생서열과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경쟁으로 인해 제각기 다른 성격을 형성한다는 주장이다.

첫째아이는 태어나서 독자(獨子)인 시기엔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있다. 보통 부모들은 첫 아이의 출생에 대해 불안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릴을 느끼며 신생아를 위해 좋다는 일은 모두 다하기 바쁘다. 그러나 둘째가 태어나면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아들러는 첫 아이를 폐위된 왕에 비유했다. 폐위된 왕은 과거의 위치를 찾으려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해 스스로 고립해서 적응해 나가며 다른 사람의 애정이나 인정을 얻고자 하는 욕구에 초연해서 혼자 생존해나가는 전략을 습득해 나간다. 대개 이들은 안정된 직업(공무원, 교사 등)을 선호한다.

둘째아이는 처음부터 형이나 누나라는 ‘속도 조절자’를 지니고 있기에 그들의 장점을 능가하기 위한 자극과 도전을 받는다. 첫째보다 둘째가 말이나 걸음걸이에서 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항상 전속력으로 달려 자기가 형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결과 둘째는 경쟁심이 강하고 대단한 야망을 가진 성격이 된다. 이들은 대개 모험심이 강한 직업군을 택하는 성향이 강하다.

막내는 동생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충격을 경험하지 않고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해 응석받이로 자라게 된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할 경우 자기 것은 없고 늘 다른 가족들로부터 물려받아야 하는 입장일 수도 있다. 또한 모두가 자기보다 크고 힘이 세고 특권이 있는 형제자매로 둘러싸여 독립심의 부족과 함께 강한 열등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열등감은 오히려 강한 우월성 욕구를 가지게 만든다. 이들은 가장 빠른 스포츠 스타, 훌륭한 음악사, 혁명가적인 기질이 많이 있다.

독자(녀)는 경쟁할 형제가 없으므로 응석받이가 되기 쉬우며 이런 생활양식으로 인해 의존심과 자기중심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나누어 가지거나 다른 아동과 협동하는 것을 배우지는 못하나 어른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잘 배운다.

각 출생순위에 속한 모든 아이들이 아들러가 제안한 일반적인 성격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 내에서의 아이의 위치에 따른 독특한 종류의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과 그것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아들러가 지금 다시 살아나 우리나라에 온다면 좀 당황할 것 같다. 셋째가 귀한 우리네 가족 구성을 보면서 출생순위 이론을 다시 써야할지를 고민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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