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5.02.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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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음성도서관은 요즘 이용자에게 커피, 녹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 도서관에 오면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무실 문을 노크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지 몇 명 되지는 않지만 직원과 이용자와의 소통의 시간이다. 

이용자 중에는 갈 곳이 없어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하루 종일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며 소일을 한다. 경증 장애가 있거나 연로하며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소외받는 그들에게 도서관은 안식처다. 

도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바바라 오코너 저·다산책방)을 읽고 나니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도서관 이용자가 오버랩된다. 집이 없어 낡은 자동차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이 인근 도서관에서 오후를 보낸다면 조금은 따뜻해지겠지. 

이 책은 조지나와 토비 남매가 개를 훔쳐 사례금을 받아 집을 구하려고 벌이는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갑자기 사라진 아빠 때문에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난 조지나가 개를 훔치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평범한 삶이 갑자기 무너졌을 때 사춘기 소녀에게 가장 힘든 건 뭘까? 아빠의 부재보다 집이 없어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비참한 모습을 친구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결국 씻지 않아 냄새 나는 몸을 수상히 여긴 친구 루엔이 알게 되고 학교생활은 엉망이 된다. 

다행히 엄마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생활한다. 화가 나면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짜증도 내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토비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엄마의 여유에 미소가 지어진다. 

때로는 친구처럼 의논하고, 의지하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다소 황당한 내용이지만 어린이다운 발상으로 개를 훔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성공한다.

공자는 “세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한 사람은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듯이 살아가면서 인생의 멘토가 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도서관에서 나를 보면 인사하며 환한 웃음 짓는 아이, 늘 단정한 옷차림과 온화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직원도 멘토가 된다.

소설 속 조지나와 토비 남매의 멘토는 방랑자 무키 아저씨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때로는 휘저으면 휘저을 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다”라는 멋진 말을 남긴다. 조지나가 개를 훔친 걸 알면서도 아이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기다려준다. 결국 조지나는 개를 돌려주고 엄마도 살 집을 구하면서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더없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엄마를 보며 조금은 우울했던 내 마음에 한 줄기 햇살이 비춘다. 겨울 우울증은 햇볕을 쬐면 좋아진다고 하니 도서관 마당 벤치에 앉아 커피라도 마셔야겠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김혜자, 최민수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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