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나라
친절한 나라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5.01.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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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여섯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입국장에 들어선 순간 후끈한 바람이 온몸을 덮었다.

영하 속 추위에 입었던 두터운 털 코트를 벗어놓고 아시아의 남단 브루나이에 가기 위해 싱가폴 창이공항(changi airport)에 내린 순간 더운 나라에 와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8월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오셨을 때 우리나라에선 아시아 청소년대회가 있었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그때 브루나이 청년 두 명의 홈스테이를 맡게 되어 봉사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들과 함께 브루나이 주교님께서도 함께하시어 우리 집에서 작은 파티를 한 게 인연이 되어 브루나이 초청을 받아 두 가족이 함께 가게 되었다.

브루나이라는 나라를 들은 적이 없어 인터넷을 뒤지니 보르네오 섬 근처, 싱가폴에서 비행기로 2시간 정도의 위치에 있으며 경기도의 절반 크기에 인구가 40만명 정도이나 석유가 많이 나와 아시아의 부자 나라임을 알았다.

싱가폴 공항까지 환송을 오신 주교님을 만나 편안한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 하트로 정원을 꾸민 장미꽃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브루나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국장을 나서며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꺼내려는 순간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사색이 되어 가방 속을 이리저리 뒤지는 것이었다. 

처음엔 어딘가에 있겠지. 생각했으나 점점 그의 얼굴은 굳어지고 가방 속 물건을 다 쏟아놓았으나 여권은 없었다. 그러나 주교님은 침착하게 공항 직원에게 여권 분실을 설명했고 직원들이 어딘가에 연락을 취했다.

여행의 즐거움이 불안으로 바뀌어 어두운 얼굴로 있을 때 공항 직원들은 미소로 안심을 시켜주었고 친절한 태도에 다소 불안을 떨칠 수 있었다.

열심히 전화를 하던 그분들에게서 나는 짧은 영어이지만 여권을 찾았음을 감지할 수 있었고 누군가 안내데스크에 여권을 가져다 놓았음을 알았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꽁꽁 잠근 가방과 주머니의 것도 빼내가는 무서운 현대사회에서 공항 바닥에 떨어진 중요한 여권을 주인에게 돌려준 어떤 분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나는 공항 직원에게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당신의 나라는 정말로 친절하고 정직한 나라입니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분실된 여권은 아마도 사진을 찍을 때 의자에 놓아두었던 같았고 그 후엔 일행 모두 여권 관리에 신경을 써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브루나이와 싱가폴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경관과 부자 나라에 대한 부러움 보다는 그들에게 받은 친절과 안전한 여행으로 기회가 있으면 또 두 나라를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화 시대인 요즈음 외국 관광객들이 밀려오고 있다. 가끔씩 매스컴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택시, 식당, 시장에서 바가지요금을 씌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외국의 주목을 받는 시점에서 이번 여행에서 느끼는 바가 크다.

나라를 사랑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국 관광객들에게 베푼 선행과 친절이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어 우리나라를 다시 찾을 때 경제도 발전하고 세계 속 문화 선진국의 대열에 자신 있게 합류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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