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새해를 맞으며
  • 김희숙 <수필가·산남유치원교사>
  • 승인 2015.01.08 1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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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희숙 <수필가·산남유치원교사>

한 해가 바람처럼 지나가고 또 한해가 구름처럼 몰려든다. 한해를 돌아보며 내 곁을 스쳤던 사람들을 기억해 본다. 내게 머물렀던 공간들을 떠올려 본다. 내가 가꾸었던 시간들을 반추해 본다. 가끔은 궁금해진다. 시간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가, 공간이라는 것이 유한한 것인가, 내가 가보지 못한 공간 저 너머는 어떤 곳인가. 내가 살지 못했던 그 시간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공간은 나무나 산 들 강, 건물 등을 통해 임의대로 구별을 한다. 그러나 자연의 변화로 판단하는 시간의 개념이 정말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한해를 살았다. 지난 한 해 내게 주어졌던 시간과 공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갑오년 첫날, 학습연구년제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코타키나발루에서 낯선 사람들 틈에 끼어 저녁놀을 보고 있었다. 지는 해를 뒤로하고 물살을 헤치며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반딧불이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나무에서 반짝였다. 반딧불을 잡아서 소원을 빌면 한 해 동안 행운을 잡을 수 있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학창시절 그 흔하디 흔한 보물찾기 한 번 해 보지 못했었다.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나를 피해 갔었다. 반딧불을 잡으려 허공에 손을 뻗었다. 반딧불이가 내게 올 리 만무했다. 체념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꼬마가 아빠가 잡아준 반딧불 중에 하나를 내손에 조용히 옮겨주었다. 

다음날 분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가득 펼쳐진 해변에서 전화를 받았다. 일 년간 연구활동을 하며 재충전을 하란다. 그렇게 행운은 반딧불이 불빛을 타고 내게로 왔다. 학창시절 한 번도 오지 않았던 행운이 뭉쳐져서 커다란 행운으로 내게 날아든 것이다. 

직장 생활하랴 가정을 꾸리랴 동분서주하던 내게 일 년 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일 년이라는 것을 알기에 부푼 가슴으로 계획을 세웠다.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동안 늘 갈망했었던 시를 배웠다. 언제나 내게는 너무 어려웠던 시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었다. 논리적인 말하기가 부족한듯하여 스피치 강좌를 들었다. 시집도 마음껏 읽었고 헌책방도 수시고 드나들었다. 어렵다는 선입견에 감히 열어보지도 못하고 사놓고 세월의 먼지만 이고 있던 철학서를 접했다. 설화를 개작하여 유아수준의 동화로 아이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을 했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도 만났다. 소설가, 수필가, 평론가, 동화작가 들과도 눈빛을 교환하며 인생과 문학에 관해 논하기도 했었다. 국문과 교수님과 물리학과 교수님, 국악과 교수님, 건축과 교수님들과도 만나며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조금씩 알아갔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영혼들이 수많은 일을 하며 수없이 어우러져 살고 있음을 몸소 느낀 한해였다. 

이제 돌아가야 할 때다. 자유로웠던 영혼의 여행을 접고 현실로 가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 다시금 아이들 속에 묻혀서 시끌벅적한 일상 속으로 들어 가야한다.

양은 유순하며 무리생활을 즐기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을미년 올 한해 양의 특징처럼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 무리 속에 무리 없이 살도록 해야겠다. 힘내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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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2015-03-30 05:39:11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