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14.12.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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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지난 몇달동안 사서교사 5명이 모여 공부하는 독서교육 연구회에서 교과 연계도서 목록을 뽑아내는 작업을 했다. 내가 맡은 부분은 중학교 1학년 사회 교과였는데,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학생들의 독서수준에도 알맞은 책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총 8권의 책을 골랐는데, 그 중 도서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헐 판 코에이 저)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평등과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책으로 판단돼 선택했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는 17세기 스페인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Las Meninas)’이 그려지기까지 그림 속에 등장한 인물들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상상해 쓰인 책이다. 책의 배경이 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은 미술계 인사들에게 역사상 최고의 명화로 뽑히기도 한 작품이라고 한다. 

책을 읽은 후 그림을 차분히 감상해보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띈다.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 그림은 아주 독특하다. 우선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림 안에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등장하는데, 화가가 그리는 왕과 왕비의 모습은 겨우 거울을 통해 비칠 뿐이고, 그림의 중심부는 공주와 시녀들 그리고 큰 개 한 마리가 채우고 있다. 그림을 감상하는 우리의 시선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시선과 마주 보게 되는 것도 재미있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는 이 그림에 등장하는 큰 개가 사실은 개가 아니라 어린 공주의 놀잇감이었던 장애를 가진 한 소년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작은 시골마을에 살던 바르톨로메 가족은 아버지가 공주의 마부로 취직하자 마드리드로 이사하게 된다. 당시 대도시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시골보다 더 심했기 때문에 바르톨로메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지낸다.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몰래 수사로부터 글을 배우던 바르톨로메는 우연한 기회에 어린 공주의 눈에 띄어 인간 개 노릇을 하며 공주의 놀잇감으로 살아가게 된다. 개로 분장을 하기 위해 궁정화가의 화방을 찾은 바르톨로메는 그곳에서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그림과 스승을 만나게 된다.

“물방앗간을 왜 하얗게 칠했지?” 

벨라스케스가 물었다. 

“기나긴 하루의 목적지였기 때문이에요. 제 아버지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이곳에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뙤약볕 아래에서 우리가 너무 천천히 걸었기 때문이죠.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벌써 어두워져 있었어요. 그래도 지금 제 기억 속에는 물방앗간이 진회색보다는 흰색으로 남아 있어요. 마치 한낮의 햇빛을 오래 품은 채 지친 나그네에게 편하게 밤을 쉬어 가라고 손짓하는 듯이 보였기 때문이죠.”

바르톨로메 내면에 화가의 눈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겨울방학 전 독서행사로 바르톨로메가 그림 그리는 일에 푹 빠진 이유를 찾아보는 독서퀴즈를 내 볼 생각이다.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바르톨로메의 겉모습을 보고 그를 멸시하고 차별했다. 숨죽여 살던 바르톨로메에게 그림은 내면의 순수한 열정과 영혼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는 것을 학생들이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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