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 있느냐?
너 어디 있느냐?
  • 반영억 주임신부 <음성 감곡매괴성모성당>
  • 승인 2014.12.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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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반영억 주임신부 <음성 감곡매괴성모성당>
연말은 늘 분주하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기쁜 소식보다 어둠이 짙게 깔리는 듯하다. 현 정부 비선 실세로 거론되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담긴 이른바 ‘청와대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정국이 더 혼란스럽다.

박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당시 박근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 ‘NLL’ 관련 발언의 출처도 찌라시라고 했다.

이번 문건의 진위와 유포 경위도 가려야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그림자 실세’로 주목된 정윤회씨와 박지만씨의 권력 다툼이 인사 전횡으로 이어졌다는 의혹도 확인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윤회씨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씨를 대질조사 했다고 한다. 서로 진술의 내용이 다르다면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것일까?

서로를 속이고 권력에 짓눌려도 하늘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홀로 있어도 부끄러움이 없기를 희망해본다.

대한항공의 소위 ‘땅콩 유턴’ 사건도 한 시민단체가 조 부사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검찰 조사도 임박했다.

‘땅콩 회항’ 사태를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에서 고함과 욕설을 했을 뿐 아니라 대한항공 측의 해명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거짓된 내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총수 일가의 일원인 부사장과 힘없는 승무원의 관계에서 일어난 갑을 문제라며 수백 명의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의 안전과 관련한 법과 규정, 시스템과 상식이 총수 일가라는 우월적 지위에 간단히 무력화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 부사장이 언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폭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진실은 어디에 숨어있을까? 한 마디 사과 없이 사표만 내면 되는 것일까?

성경을 보면,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에게 주 하느님께서 “너 어디 있느냐?”(창세3,10)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절대자 하느님이 아담이 어디 있는지를 몰라서 찾으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당신 앞에 나서라는 초대이다.

그러나 아담은 이 초대로부터 숨는다. 그러나 숨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악은 속성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활동하며 자신을 키워 나간다. 선악과를 먹었느냐는 하느님의 이어지는 질문에 “당신께서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면서 책임을 하느님한테까지 돌리고 있다.

악은 악을 키워가게 된다. 거짓은 거짓을 감추려 더 큰 거짓을 낳는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집단은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우기까지 한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충격적이고 야만적인 고문 실태 보고서를 전격 공개했다. 대외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던 미국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폭로되면서 CIA의 고문 내용이 워낙 잔혹해 관련 테러단체의 보복공격이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진실하라, 진실하라 말하면서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은 쏙 빼놓고 오히려 남을 감시하는 자리에 우뚝 서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갈 때가 있다. 이러한 세상과 나 자신에게 “너 어디 있느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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