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록 문화 이대로 좋은가?
우리 기록 문화 이대로 좋은가?
  •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교사>
  • 승인 2014.11.26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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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10여 년 전 일이다. 100주년을 맞은 나의 초등학교 모교의 100년사를 쓰려고 회인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모교이기도 하지만 나의 증조부가 개인재산을 털어 설립한 학교이기에 더욱더 애정이 가는 학교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옛날 기록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다. 손으로 그린 설계도, 달필로 써 내려간 교육과정, 지각생과 결석생 등 처벌규정까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졸업대장은 먹을 갈아 붓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써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설립 초기의 이런 기록들에 비해 최근의 기록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 해 인가는 입학생 수를 찾을 길이 없어 빈칸으로 넘어가기도 하였다.

왜 그랬을까?

연륜이 깊어지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졌을 텐데…. 바로 컴퓨터 때문이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많은 자료가 만들어졌지만, 자료의 보관과 관리가 문제였다. 우선 초창기 워드 프로그램이었던 보석 글이나 하나워드를 지금도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널리 쓰고 있는 아래 한글조차도 초기 버전으로 작성한 문서는 지금 프로그램으로 제대로 열리지도 않는다. 다음으로 저장매체의 문제이다. 초기에 종이처럼 얇은 플로피디스크는 더 이상 열어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나온 흔히 디스켓이라고 하던 3.5인치 플로피 디스켓도 이제는 구닥다리다. 얼마 전 학교를 옮기면서 그동안 이리저리 끌고 다녔던 디스켓 한 바구니를 버리고 말았다. 오래전에 작성해 놓은 여러 가지 문서, 지도안 등 내게는 소중한 자료였지만 디스켓을 꼽고 열어 볼 컴퓨터가 만만치 않아 미련을 끊어야만 했다. 이젠 CD가 디스켓처럼 천대받고 있다. 아직은 CD플레이어가 있어 열어 볼 수 있지만, USB나 외장 하드에 밀려 언제 플로피 디스크 같은 신세가 될지 모를 일이다. USB나 외장 하드 또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기도 하다.

물론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저장매체가 생길 때마다 자료를 이전하거나 출력하여 별도로 보관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럴 만큼 여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컴퓨터라는 새로운 기록장치가 여러 가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다.

우리 조상의 기록문화유산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다. 1000년 전에 쓰인 다라니경, 직지, 대장경, 난중일기, 왕의 사소한 행동까지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앞으로 1000년 후 프로그램이나 저장 장치가 변해도 읽어 볼 수 있는 기록문화 유산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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