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독재
감정독재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4.11.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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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자료실에 상주하는 이용자가 많다. 몇 년 전, 자료실에 근무하면서 도서 연체자에 대해 제재를 했는데 자신을 비웃었다며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친절하게 대한다고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했는데 그의 눈에는 비웃음으로 비친 것이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그의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렸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의 설움을 그때 느꼈다. 감정노동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수반하는 노동을 말한다. 서비스업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등장한 노동형태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면서 참을성이 부족하고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 타인을 배려하기보다는 내 감정에 따라 상처가 되는 말을 공개적으로 쏟아내기도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원인을 알아보기보다는 문제 해결에 급급한 현실도 원인이 되고 있다.

도서 ‘감정독재(강준만 저·인물과 사상사)’의 저자인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는 사람 탓이 아닌 문제에 대해 왜 그러는지, 한 단계 더 나아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이라는 부제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에 의해 논의된 이론을 접목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살까?’ 는 몬테카를로의 오류를 대입해서 다룬다. 이 오류는 몬테카를로에서 일어났던 카지노 사건을 말하며 도박사의 오류라고도 한다. 복권이 당첨될 확률이 낮은 것을 알면서도 계속 구입하는 이유는 그다음에 사면 당첨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그동안 잃었으니 이번엔 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카지노에서의 잘못된 기대를 의미한다. 도박, 복권 등은 잃을 수록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에는 재산까지 탕진하는 경우가 감정 독재의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부작위 편향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나는 손실보다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손실에 덜 민감한 현상으로 개입하지 않음을 최선으로 삼는 태도를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속담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런 현상은 자칫 도덕 불감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짜 약을 통한 플라시보 효과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준다. 불쾌하거나 지루한 현상을 잘 견디게 해주는 통제의 환상은 나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 취업에 성공하면 내 실력 때문, 실패하면 세상 탓을 하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적 편향은 개인주의, 지역주의를 양산한다.

감정은 우리가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적절한 감정의 표출은 열정, 긍정의 효과를 가져 온다. 그러나 지나치거나 무심한 감정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저자가 다룬 50가지 이론에 수긍이 가지만 이론에 얽매이기보다는 감정과 이성이 적절히 조화된 판단이 필요하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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