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지 않을 권리
외면하지 않을 권리
  •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14.10.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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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얼마전 학생들에게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소개하면서 공정한 언론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끈이라는 것을 일깨우 고 싶었다. 동물농장의 ‘스퀄리’와 세월호 사건을 다룬 몇 개의 기사를 비교하면서 실제 왜곡된 보도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눈과 귀를 쫑끗 세우고 있어야 우매한 국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를 당황하게 만든,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한 학생의 반응 “진실이 알려져서 사회가 혼란해지면 오히려 안좋은 것 아닌가요?” 아뿔사! 우리 아이들에게는 진실보다 안정이 중요했구나. 그런데 그 안정이라는 것이 타인의 고통과 희생을 강요해서 얻어낸 것이라 해도 우리는 안정을 선택해야 할까? 나의 안위를 위해서는 모르는게 약이라고?

도서 ‘외면하지 않을 권리’는 일반적인 학생들과 조금 다른 경로를 밟고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사회문제에 대해 어떻게 참여하고 고민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밀양 송전탑, 쌍용차, 일본군 위안부, 제주 강정마을, 성미산, 새만금, 학생인권조례, 제도권 밖 청소년’ 등 언론을 통해 듣기는 했지만 막상 나와는 별 상관없는 것이라 여기며 흘려보낸 문제들. 머리말부터 나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직면할 현실을 말해 줄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교육에는 탈정치의 굴레가 견고하게 씌워져 있고 교과서는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좀 더 현실에 천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사들 또한 현실을 배운 바 없고,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경쟁의 승자로서 교단 위에 서 있다. 결국 학생 스스로 용기를 내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염려되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독서가 마무리 될 때 쯤 나의 염려가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왠지 자유분방함을 넘어서 무질서하고 나약하고 무책임할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학생들은 관심 분야에 대해 자기주도적으로 책임감 있고 빈틈없이 공부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와 핵의 연결고리를 논리정연하게 파악할 줄 알고, 자립과 적정기술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여 실천하는 청소년, 사회의 이면을 스스로 찾고 개선하려 노력하면서 온전히 시민이 될 수 있었고, 시험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수학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양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을 내가 걱정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책제목이 외면하지 않을 ‘의무’가 아니라 ‘권리’로 정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은 왜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의 안위가 타인의 고통과 희생을 담보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외면하려는 것일까? 

타인의 고통과 나와의 연결고리가 아주 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감아 버린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가 가까운지 먼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왜곡되지 않은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요구하고 어떤 판단을 하고 동참을 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에게는 의무를 넘어선 권리라 칭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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