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책은 도끼다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4.09.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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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매년 1월이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1년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50권의 책을 읽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그 수를 채우려 허덕이곤 했다. 2014년이 시작되었을 때는 야심차게 100권 이내로 읽겠다며 다짐에 또 다짐을 했다.

올해도 3개월 남짓 남았다. 계획대로라면 70권 넘게 읽었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의 독서를 했다. 

아쉬움이 남는 한 해다. 그리 바쁘게 지내지 않았는데 지나고 나니 읽은 책이 얼마 되지 않아 서글프다. 게으르게 산 나 자신을 꾸짖고 남은 기간 더 열심히 읽겠노라고 계획을 다시 세웠다.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매년 다독을 꿈꾼다. 많은 책을 사고, 읽고, 목록을 만들고 이내 혼자 뿌듯해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기쁨을 주는 매개체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책이 주는 무게감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닐까?

도서 ‘책은 도끼다’(박웅현 저·북하우스)는 나의 이런 고민에 답을 주는 책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는 “자신의 창의력은 모두 책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면서 다독(多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깊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책이란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와 같은 존재였다. 

또한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성과 울림을 주고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 물 흐르듯 읽는 것보다 시간을 들여 꼼꼼히 눌러 읽어야 울림을 더욱 받을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늘 바쁘게 미래를 좇고 계획을 세운다. 

그러다 보니 놓치는 것들이 많다.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길거리의 꽃은 무엇이 피고 지는지, 엄마의 주름살은 얼마나 깊어졌는지. 내 삶도 꼼꼼히 둘러보고 시간을 내어 찬찬히 관찰하다 보면 더 큰 울림이 있었을텐데 스쳐 지나간 시간이 아쉬움으로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크게 울림을 받은 책들을 소개한다. 

이철수의 판화집을 소개할 때는 크게 공감하다가도 알랭 드 보통의 문학평론집을 소개할 때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시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꼼꼼히 눌러 읽지 않은 탓인 것 같다. 

나의 삶의 속도는 책 읽는 속도와 비례했다.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삶도 빠르게 흘러갔다. 그럴수록 놓치는 것이 많아진다. 그러니 뒤를 돌아보게 된다. 중요한 것들을 무심코 지나쳐버렸을 것이다. 내가 읽은 많은 책의 울림들을 놓친 것처럼 말이다.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닌 내가 되었다. 

책을 읽고, 삶을 살아갈 때 한번 크게 숨을 쉬고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고 꼼꼼히 눌러 읽듯 살아가야겠다. 

누구보다 큰 울림을 느끼고 순간순간 감동하는 그런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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