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된 왕자님과 공감적 이해
돼지가 된 왕자님과 공감적 이해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4.09.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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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옛날 어느 나라에 왕자가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병이 걸렸다. 왕자는 자기가 돼지라고 하면서 돼지우리에 들어가 자기는 돼지여서 어서 죽어야 한다고 소리만 지르며 음식을 거부했다. 왕과 신하들은 왕자에게 당신은 돼지가 아니라 한나라의 왕자라고 설득하면서 음식을 권했다. 그러나 왕자는 단식을 이어갔다. 왕은 유명하다는 의사와 학자들을 불러들이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 어떠한 설득과 협박에도 왕자는 음식을 거부하고 서서히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이때 한 현자가 왕자를 치료해 보겠노라고 했다. 현자는 돼지우리로 들어가 왕자에게 “왕자님이 돼지가 되셨군요? 그런데 돼지님은 왜 음식을 드시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왕자는“돼지는 죽어야 해”라고 했다. 왕자의 말을 듣고 현자는 “맞아요. 돼지는 죽어야 해요. 인간을 위해서요. 그것이 돼지의 운명이죠.” 왕자는 자기를 돼지라고 인정해주는 현자가 반가워 “그렇지요? 저는 돼지고 곧 죽어야 하죠?”라고 했다. 이에 현자는 “돼지는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죽는 것이 운명입니다. 왕자님은 돼지로서 죽기 전에 우선 살이 쪄야 합니다. 지금의 모습은 진정한 돼지가 아닙니다.” 왕자는 현자의 말에 수긍하면서 살을 찌우기 위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육체가 건강해지고 정신도 건강해져 나중에는 정상적인 왕자로 돌아오게 됐다.

이 예화는 필자가 상담을 공부할 때 들은 이야기로 원전을 구하지 못해 필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내용을 옮긴 것으로 공감적 이해의 본질을 보여준다.

상대방을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이 전달되면 상대방은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며 대화자를 신뢰하게 되어 자신을 깊이 드러내 보이게 된다. 따라서 대화의 폭과 깊이가 확대된다.

본 예화에서 현자가 보여주는 공감적 이해의 자세는 상대방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것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다. 왕자 자신이 돼지라며 죽기 위해 단식하는 것은 일반의 기준에서 보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이런 잘못된 생각을 다시는 하지 못하도록 ‘설득’을 한다. 여러 증거와 논리를 동원해 왕자의 상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증명하고 그 상상을 포기하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설득의 효용은 크지 않다. 설득의 힘이 강력하다면 세상에 널려 있는 인간사의 많은 고통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해결방법은 상대방의 논리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풀어가는 것이다. 상대방의 상상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대신 그 상상에 담겨 있는 논리를 인정하고 그에 입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예화에서 현자는 왕자의 상상이 잘못됐다는 말을 하지 않고 상대의 상상에 대한 가치판단을 완전히 배제한 채 상대의 논리를 인정하고 이를 확대·발전시킨 것뿐이다.

사람들이 전개하는 논리에는 나름의 개성이 들어 있다. 성격, 살아온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사고의 표현 방식에 커다란 개인차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신기하고 이상스럽게 여긴다. ‘서로 다르다’ 보다는 ‘서로 같다’는 전제에서 대화하다 보면 상대를 나와 같아지도록 만들기 위해 ‘억지’를 쓰게 된다. 그리고 논리와 증거를 앞세워 설득하려고 하게 된다.

상담전문가 박성희 박사는 공감적 이해에 대해 “상대방을 공감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나와 같아지라고 상대방을 몰아가지 않고 상대방이 전개하는 논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것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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