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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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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돈을 번다

이 인 선 <논설위원>

거래의 편리성에서 출발된 화폐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될수록 독자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돈이 곧 사람이요 돈이 곧 권력인 셈이다.

교환, 저장, 지불수단, 가치척도가 교과서적인 화폐의 기능들인데, 오늘날 금융의 세계화라고 일컫는 정치경제적 흐름에 비추어본다면, 상품으로서의 기능과 노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부각되지 않을까싶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시사하듯이 재화(상품)와 용역(노동)의 교환수단으로서 화폐가 아니라 화폐자체가 상품이 된 것이다. 주식시장이 이를 증명하고 있고 론스타를 비롯한 국제투기자본들의 행태가 이를 통감하게 한다. 돈의 흐름 즉, 이자를 변수로 한 화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인 금융이 세계화되는 과정을 보면, 철저하게 노동의 소외를 반영하고 있고 인간의 소외를 가져온다.

노무현 정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않든 지향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회인 것이다. 올초 국회재경위를 통과한 금융산업에 대한 구조개선법(이하 금산법)개정안은 금융기관이 계열사의 비금융자본의 초과소유분에 대한 처분의무를 면제해주고 의결권행사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금산법은 97년 금융기관이 자사계열의 비금융기관주식의 5%이상을 소유하고자 할때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중심으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지키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추석연휴가 끝나면 열린우리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금산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려 할 것이다. 한·미FTA 4차협상(10월23일~27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기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무노조 삼성공화국의 반노동, 반인간성의 실현을 위해서도 금융 자유를 침해하는 족쇄 철폐는 그들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국민은행은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쓰도록 되어있는 국민주택기금 수탁기관이기도 하다. 국민주택기금 수탁기관이 갖고 있는 공공성은 한계효용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는 사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국민의 소득분배와 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후생경제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FTA는 론스타와 같은 초국적 투기자본에게도 투자자제소권과 내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여 농협이나 우체국금융,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국가정책을 실시할 수 없도록 한것이다. 가령, 기초생활수급권자와 모자가정,소년소녀가정에게 1%저리로 20년상환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전세자금대출도 못하게 할 수 있다. 정부는 공익적 목적을 가진 것은 제외된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일반기업과 경쟁하는 영업행위는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이 얼마든지 불공정행위로 제소하려면 할 수 있는 함정이 깔려 있다.

대외의존도가 70%이상이고 수출을 해서 먹고사는 나라라서 자유무역협정은 필연적이고 필요악이기까지 하다는 진단들은 일견 옳은 소리같지만, 연속 3년째 수출증가율 두자리 숫자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기업이 창출한 가치에서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몫인 노동소득 분배율은 IMF위기때의 60%대에서 최근 50%대로 떨어지고 있는 현상은 진단과 대안이 모두 엉터리라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 아닌 '열심히 일한 땀의 대가로 돈을 버는 세상'을 만드는데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가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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