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계절 가을 책 한권의 여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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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8.26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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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작가 작품집 소개
박태언 '찔레나무 의자' 그리움의 세계 시편에 담아
김은혜 '세월을 담은 바구니' 수필로 쓴 소박한 일상

최병준 '그냥 살아라' 기고 글 모아… 삶의 회고 의미
푸른솔 문학 여름호, 홍해리·유혜자씨 작품 등 수록

◇ 박태언 시집 ‘찔레나무 의자’

고향집 늙으신/어머니 옆에 누웠다/이부자리 어머니 누워 계시기에/이불 속에 손을 넣어/어머니 다리를 주물렀더니/허벅지 엉치뼈가 솟아나고/종아리 근육은 몽땅 뽑아/어느새 내 허벅지로 옮겨 놓으셨다/앙상한 종아리/굽은 허리로/내 몸무게를 업어주시느라/등마저 휘어지셨구나/전에는 왜 몰랐을까/허물만 남은 매미 한 마리

― 시 ‘고향 밤에’ 전문

박태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찔레나무 의자’를 출간했다. 시낭송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시인은 자연 서정을 통한 존재론적 ‘그리움’의 세계를 시편에 담았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박태언 시편들은 삶에 대한 이러한 신뢰와 긍정에 이르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며 “지금 우리 시대가 문학조차 공공연히 상품 미학의 후광을 입고 유통되는 시대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그리고 시인들조차 문화 산업의 중요한 일원임을 떳떳하게 자임하는 척박한 시대라는 점을 생각할 때, 박태언 시편들이 가지는 이러한 성찰의 힘은 서정시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선명하게 확인해준다”고 평했다.

또 “시인은 남다른 기억의 심도(深度)를 통해 존재론적 근원을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 방식에 대해 성찰하는 품을 일관되게 보여준다”면서 “기억의 원리에 의해 충실하게 결속되면서, 그것을 통해 자기동일성을 환기하는 역동적 파동을 충실하게 구성해낸다”고 말했다.

◇ 김은혜 수필집 ‘세월을 담은 바구니’

-양지쪽 햇살이 잘 드는 곳에 놓았다, 자리 탓도 안 하고 꽃봉오리가 연이어 꽃을 피운다. 성급하게 꽃을 피운 탓인지 가을이 채 오기 전에 잎이 사그러진다. 죽은 줄 알고 베란다 한구석에 밀쳐놓고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공연히 내 욕심에 너를 데려다가 죽이는구나.

-제비꽃 중에서

김은혜 수필가가 세 번째 수필집 ‘세월을 담은 바구니’를 출간했다. ‘춤추는 낙엽, 아침 햇살, 나의 애마, 세월을 담은 바구니, 스러지는 노을빛’ 등 5부로 구성된 수필집은 일상에서 벌어진 소박한 일들을 섬세한 눈길로 그려냈다.

김씨는 수필을 "형식 없는 글로 허구가 아니고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글이다”면서 “글과 벗이 되어 삶의 의미와 진실을 찾아 생활하니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심지어 사람의 마음에 숨은 죄악까지도 하나님의 솜씨라는 걸 글을 쓰며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수필집이지만 부끄럽다”면서 “읽는 이의 마음에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글이 한편이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충북 미원이 고향으로 2012년 충북도민과 함께하는 문학작품공모전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학미디어작가회, 충북여성문인협회, 담쏙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 최병준 수필집 ‘그냥 살아라’

청주 서원대학교 최병준 교수가 수필집 ‘그냥 살아라’를 펴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신문과 잡지, 방송 등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이 책은 ‘삶의 가치’에 대한 논고를 시작으로 ‘잊힘에 대하여, 한국 아줌마들, 문명과 환경, 살기 좋은 우리나라, 청주 가로수길, 무심천, 풋저골이야기’ 등 8장으로 구성했다.

특히 마지막 장에 실린 풋저골 이야기는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보여주는 과정을 담아 개인의 성장을 통해 삶을 다시 되돌아보는 회고의 의미도 담았다.

최 교수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말들을 습관처럼 쏟아내면서 살고 있다”며 “정작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 남이 들어서 좋은 말은 몇 마디나 할까”하고 자문했다.

또 “수록된 글 중에는 신문의 논설 혹은 칼럼으로 쓴 것이 많다”면서 “당시의 사건이나 논쟁에 대해 언급한 것이어서 지금에서는 시사성을 잃어버린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급속히 변하고 있음을 깨닫게도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시 글을 읽어보니 부끄러움이 더 크다”며 “한 권의 책을 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어느 노학자의 말로 위안을 삼고 싶다”고 적고 있다.

최병준 교수는 경북 예천 출생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 동 대학원 독문과 졸업하고 독일 콘스탄츠 대학을 수학했다. 현재 청주 서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 푸른 솔 문학 여름호

청주에서 계간지로 발간하고 있는 ‘푸른 솔 문학’이 여름호를 펴냈다. 이번 호에는 홍해리 시인의 ‘수련 그늘’을 권두 시로 수록했으며, 초대수필로 유혜자씨의 ‘내일이면 늦으리’ 외 4편을 실었다.

또 5명의 시인 신작 시와 18명 수필가의 신작 수필을 게재했고, 주제가 있는 수필로 ‘오월이 오면’과 ‘슬픈 사월이여’, ‘문학의 길을 걸으며’ 코너를 마련해 지역 작가들의 다양한 수필을 수록했다.

이외에 신인문학상 수상자인 남대희씨와 김혜경씨의 작품, 문학상 공모작품, 대청댐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수필도 함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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