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기생 계월향과 무궁화 꽃
의로운 기생 계월향과 무궁화 꽃
  • 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
  • 승인 2014.08.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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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의 거두지/아니한 채로 대지의 침대에 잠들었습니다./나는 그대의 다정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을 사랑합니다//대동강에 낚시질하는 사람은 그대의 노래를 듣고 모란봉에/밤놀이 하는 사람은 그대의 얼굴을 봅니다./아해들은 그대의 산 이름을 외우고 시인은 그대의 죽은 /그림자를 노래합니다. [하략]

-계월향에게. 한용운 -

 

우리 민족은 나라와 백성이 어려움에 처하면 이웃과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서 목숨을 걸고 외세를 몰아내는 저력이 있다. 의병 투쟁으로 표현되는 침략자들 격퇴 역사적 사실은 세계 역사에 유래 없을 정도이다.

왜구들의 침략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되었던 임진왜란 때 온 국민이 힘을 합쳐서 왜군들을 몰아냈다. 우리는 임진왜란 때 의로운 기생하면 논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또 한분의 의로운 기생이 우리의 가슴을 감동시키고 있다. 이가 바로 계월향이다.

계월향은 선조 때 평양의 이름난 기생으로 임진왜란으로 평양성이 함락 당하자 체포되었다. 그 후 왜장 고니시유키나가가 계월향의 미모에 반해서 총애하게 되는데, 원래 계월향은 조선의 명장 김경서 장군의 애인이었다. 그런데 계월향은 거짓으로 마음을 주는 척 하면서 적장의 긴장을 풀도록 했고, 김경서 장군의 평양성 공격일시에 맞추어서 적장이 술에 취해 전의를 상실하도록 하였다. 결국 평양의 성문을 개방하여 적장도 살해하고 평양성도 수복하게 되는 결정적 수훈을 세우게 된 의로운 기생이 바로 계월향이다.

평양성 전투에서 승리한 후 김경서 장군을 만난 계월향은 그간에 적장에게서 수모를 당한 죄책감을 사죄하면서 소피를 보러 나간 후 자결하였다고 전한다. 나라를 위해 거짓으로 품었던 적장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을 품에 안은 가책으로 죽음으로 자신의 죄를 씻으러 했던 것이다.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긴 만해 한용훈은 그를 흠모하며 ‘계월향에게’라는 시를 남긴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가을이 다가올 즈음이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어나는 꽃이 무궁화이다. 나라의 꽃 무궁화에도 계월향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기려서 계월향이라는 종류가 있다. 끈질기며 번식력이 강한 무궁화는 우리 겨레의 얼이 담긴 나라꽃(國花)이다. 많고 많은 꽃 중에서도 특별히 무궁화가 우리의 나라꽃으로 정해진 것은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온갖 바람과 가뭄, 장마, 태풍 등의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며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고 번식해 나간다. 이러한 자생력과 끈기와 생명력이 우리 민족의 기나긴 역사 속에 남아 있는 맥과 얼에 연결되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의 꽃 무궁화는 오랜 동안 우리 민족의 얼과 혼 그 자체였다. 무궁화는 고대 중국 동진의 지리서 [산해경]에 ‘군자의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군자의 나라란 우리나라를 뜻한다고 한다.

전국 무궁화 자생종 가운데 1983년 서울 농대에서 명명한 무궁화 꽃이 계월향이다. 연한분홍색에 보라빛이 가미된 중간형의 꽃으로 단심이 작고 꽃이 활짝 피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임진왜란 때의 의로운 기생 계월향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린다.

찬란하게 피어나는 무궁화를 보면서 인내심과 불굴의 극복 정신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우리 나라가 이 모든 것을 당당히 이겨내고 멋지게 꽃 피운 무궁화 동산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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