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如如)하니 여여(如如)하라
여여(如如)하니 여여(如如)하라
  •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4.08.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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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7·30 재·보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 2년차에 세월호정국에서 치른 중간평가라 봐도 무방한 선거로 무려 15명이나 뽑는 중대 선거였다. 결과는 11명이 당선된 한 쪽은 신이 났고 다른 한 쪽은 말 그대로 초상집이다. 초상집은 공동대표의 동반사퇴, 거물급 인사의 정계은퇴 등 새판짜기에 들어가는 형국이고 신난 쪽은 야권을 압박해 자기네들이 자성차 꺼내놓은 국가개조론 거두기와 기득권의 평상심 내지 경제살리기 명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어쩌랴. 세상사가 그런 것을. 그러나 크게 좋아하지도 크게 실망하지도 말기를 바란다. 장마후 요즘 날씨가 말해 주듯 원래가 사우사청(乍雨乍晴-금방 비가 오다 금방 갬)이고 사청사우(乍晴乍雨-금방 개었다가 금방 비가 옴)인 것을. 이치를 알면 일희일비하여 마음 다칠 필요가 없음이라. 여여(如如)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필자가 좋아하는 재야(在野) 도인(道人)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사청사우(乍晴乍雨)’란 한시(漢詩)에 이런 시구가 있다.

 

사청환우우환청(乍晴還雨雨還晴) - 잠시 개었다가 다시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는구나

천도유연황세정(天道猶然況世情) - 하늘 이치 이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인심 말해 무엇하랴

취환무처득평생(取歡無處得平生) - 취한 기쁨이 평생 가는 것 어디에도 없으리

 

시구에서 보듯 세상사가 자연이치로 사우사청(乍雨乍晴)하고 사청사우(乍晴乍雨)한다는 것이다. 영원한 행복도 슬픔도 없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는 훌륭한 시구이다. 매월당은 변화무쌍한 천도(天道)를 말하며 영원한 행복도 슬픔도 없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지만 필자는 여여(如如)한 천도(天道)를 말하며 이를 말하고 싶다.

불경(佛經)에서 말하는 소위 여여(如如)함을 알고 있으면 이번 선거의 승자 패자는 물론 경제생활에서 희로애락을 안을 수밖에 없는 사업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여여(如如)함이 무엇인가? 천태만상 이 세상, 천변만화를 거듭하더라도 근본은 불변하며 언제나 텅비어 있는 빈자리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이치이기에 본래의 자리는 여여(如如)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세상 많은 현상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생각 주체(인간)가 무엇에도 동요하지 않음을 두고 여여(如如)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승자와 패자에게 여여(如如)함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세상사에 여여(如如)해야 함을 알 필요가 있다. 특히 승자는 이 위대한 여여(如如)함에는 양(陽)이 음(陰)을 품고 음(陰)도 양(陽)을 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의 지지표가 내일에는 반대표로 나타날 수 있음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 야권의 정치적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품을 수 있어야 원하는 바 정권의 연장을 깊고 길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패자는 이번 선거에 크게 실망할 것이 아니라 우선 철저한 자기반성 차원에서 민주적이지 못했던 공천과정과 국민의 눈을 가벼이 보았던 파벌주의를 개혁하고 여권으로부터도 배울 것을 배우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 된 계절, 이 시절에도 세상의 변화는 이어진다. 여여(如如)함을 아는 자 욕심을 버릴 줄 알고 욕심을 버릴 줄 아는 자만이 천도(天道)의 여여(如如)함을 알아 세상사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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