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서재
마음의 서재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4.07.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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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나는 책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좋다. 혼자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이 어색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책이다.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을 때나 커피전문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책 한권만 있으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이야 혼자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십 여 년 전만에도 혼자 무엇을 해야 할 때 큰 용기가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가방이 무거워지더라도 집에서 출발할 때 책 한 권을 챙겨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비단 읽지 않아도 책이 주는 안정감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기분 전환을 위해서 책을 사곤 한다. 매일 아침 습관처럼 서점 사이트를 방문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놓칠세라 예의주시하며 베스트셀러를 체크한다. 마음에 두고 있던 책을 반값 할인하면 구매의 유혹에 매번 흔들려서 '지름신'이 강림하신다. 사실 그 순간을 즐기고 행복해한다.

이런 나의 행동패턴은 10대부터 형성되었다. 단골 서점 대신 단골 서점 사이트로 변한 것을 제외하면 나를 이루어 온 변하지 않은 특징은 이것 하나다. 그 결과 남들보다 많은 책들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사 모은 책들이 이제는 자리를 잡지 못해 집안 곳곳에 그냥 쌓이고 있다. 가끔 가만히 쳐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곤 한다. 이런 나를 두고 사람들은 책은 나누어야 더 값진 것이라 충고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애장품이 되어버린 책들을 잃어버릴세라 고이고이 모셔만 둔다.

나의 사랑스런 보물들을 ‘마음의 서재’(정여울 저·천년의 상상)를 읽고 나서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책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사 모으는 책 수집가였던 것은 아닌지 내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내가 가진 리스트들이 내 리스트인지, 타인의 리스트인지 헷갈렸다. 내 재산목록 1호였으며, 가장 친한 벗이었던 책들이 낯설어졌다. 과연 내 것이었을까?

‘마음의 서재’는 50가지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천 도서 목록을 쫓듯 책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마음을 울리는 저자의 목록을 담고 있다. 50가지의 책 이야기인지, 저자의 생각인지 애써 구분하지 않아서 좋다.‘저 정도 책은 읽어야만 해’라는 강요가 없어서 더욱 좋다. 그럴듯한 상황과 이야기를 책과 접목시키지 않아서 좋다. 문장이 가벼워서 좋다.

이 책을 읽고서, 책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낸 지금 나는 오만한 독자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교양이라는 말로 덮여진 목록들을 읽어가면서도 원래 그 정도는 읽어버린 듯 한 모습을 짐짓 취하고 있는 내 자신이 보여 부끄러웠다. 나는 타인의 감상을 쿨하게 넘기는 척하며 내 생각만을 집중하고 옳은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을까?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목록을 가지지 못했으며,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지도 못했다.

책은 앞으로도 나에게 가장 친한 벗이 될 것이다. 지금 가방에도 습관처럼 한 권의 책이 들어 있다. 이 책은 아마도 내 마음 속 도서관의 서가 가장 맨 앞에 꽂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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