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좋은 이유
여름이 좋은 이유
  •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 승인 2014.07.14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여름은 더워야 맛이다. 사람들은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하려 무던히도 애를 쓰지만 정작 더위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산야의 초목들은 여름 더위를 먹어야만 비로소 결실(結實)의 성과를 이룰 수 있고 사람들의 농사 또한 더위를 거치지 않고는 어떠한 수확도 거둘 수 없으니 말이다. 송(宋)의 시인 소식(蘇軾)은 여름 더위가 주는 혜택을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 유종권 련구에 사족을 붙이다(足柳公權聯句)
 
人皆苦炎熱(인개고염열) : 사람들 모두 더위를 괴롭다하나
我愛夏日長(아애하일장) : 난 여름날이 긴 것이 좋다네
薰風自南來(훈풍자남내) : 따뜻한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고
殿閣生微凉(전각생미량) : 전각엔 잔잔하고 시원한 바람이 인다
一爲居所移(일위거소이) : 한번 사는 곳을 옮기어
苦樂永想忘(고락영상망) : 괴로움도 즐거움도 영원히 잊고 싶어라
願言均此施(원언균차시) : 원컨대 이러한 시혜를 고루 나누어
淸陰分四方(청음분사방) : 맑은 그늘을 온 세상에 고루 나누었으면

※ 말 그대로 세상을 태울 듯한 더위(炎熱)이니 사람들은 누구나 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롭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인은 다르다. 시인도 여름 더위가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여름 해가 긴 것을 반기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더위가 농사에 도움이 되고 결국 백성들을 먹여 살리기 때문이리라.

좋아하는 마음이 일자 여름의 뜨거운 바람도 정겹게 느껴진다. 남쪽으로부터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시인이 있는 누각에 이르러서는 잔잔하고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그렇다기보다는 아마도 시인의 느낌상 그러했을 것이다. 시인은 아예 사는 거처를 옮길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영원히 잊은 채 살고 싶은 것이다.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도, 누각의 잔잔하고 시원한 기운도 여름이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는 혜택이다. 시인은 이러한 여름의 혜택을 혼자 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이 고루고루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맑은 그늘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나누어지기를 바란 것이다.

여름은 몹시 덥기 때문에 사람들은 심한 고통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여름이 마냥 더운 것만은 아니다. 시원한 그늘이 있고, 땀을 식혀 주는 산들바람도 있다. 초목을 자라게 하여 그 열매를 맺게 하고, 농작물을 키워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수확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러니 어찌 여름을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날씨는 덥더라도 마음으로 좋은 느낌을 갖게 되면 여름도 충분히 정겨운 계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