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알고 있다
하늘은 알고 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4.06.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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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반영억 주임신부 <음성 감곡매괴성모성당>

의학이 발달한 요즘 M.R.I를 통해 사람의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다. PET-CT를 통해 암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들여다볼 수 없다. 아마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볼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허리수술을 하기 위해서 전신마취를 한 적이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깨어나지 않으면 어찌하나? 불구자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 그러면서 어떤 어르신이 하신 말씀을 떠올렸다.

“사람의 속은 언제 드러나느냐 하면 대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날 때인데 어떤 사람은 욕을 하고, 어떤 이는 숨겨놓은 애인의 이름을 부르고, 자녀의 이름이나 배우자의 이름을 부른다. 그의 속을 볼 기회이기도 하다.”라는 것이었다. 깨어나서 내가 한 행동을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구도 하늘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는 없다.

모 국회의원의 아들 집에서 수억 원의 뭉칫돈이 나왔다고 떠들썩하다. 최근 사퇴한 총리후보자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들의 과거의 행적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다. 세상 것에 마음을 빼앗겼던 인간의 욕심이 결국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하고 있지만, 자신은 얼마나 깨끗한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일상 안에서 하늘을 보고 살았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순수한 의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온 정성을 쏟았을 때 결과에 매이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성공으로 부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것에로 부름을 받았다(마더 데레사). 세상은 결과에 매달린다. 눈에 보이는 것에 목을 맨다.

그러나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의향과 과정이 바람직하지 않는다면 추하다. 상을 받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진 몫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상은 주어지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 자체가 바로 상이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허풍을 떤다면 하늘 앞에 부끄러움만 더할 뿐이다.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은인이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그것은 세상의 상일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늘의 것을 추구하고 하늘로부터 오는 상을 받아야 한다. 세상의 것은 결국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하늘을 보고 하늘을 지향하고 지금 여기서부터 하늘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늘 앞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언정 자신과 하늘은 속일 수 없다.

자선을 베풀든, 봉사를 하든,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생색내기는 그만하고 숨은 공로가 필요하다. 우리의 선행이나 악행이 M.R.I보다 더 정확한 하늘이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면 감히 나의 처신을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하늘의 상급이 주어질 것이다. 상을 보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쏟을 수 있으면 그것이 기쁨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이 결코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일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생색내기가 아닌 사랑의 진정성이 힘을 얻기를 바란다.

“성인은 숨어서 남모르게 일한다.”라고 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하늘에 보화 쌓기를 소망한다. 지금 하는 모든 일이 하늘 앞에 당당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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