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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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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선물도 차별받는 비정규직

김 병 철 <논설위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옛 농부들은 봄에 씨를 뿌려 여름에 비지땀으로 키운 곡식들이 탐스럽게 영그는 가을을 맞아 음력 8월15일에 햇곡식과 각종 그 해의 첫 수확물로 정성을 다하여 조상님들의 은덕에 감사하며 추수감사제를 지내는데 이것이 바로 추석이다.

추석의 유래를 한번 되짚어보자.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한'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우리의 옛말이다. 따라서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 된다. '가위'는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이다.

가배는 당시에 여자들이 길쌈놀이를 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대접하며 놀았던 유희로서 '삼국사기' 유리 이사금 조에 전해지고 있다.

한가위를 추석, 중추절, 중추가절이라고 부른 것은 훨씬 후대에 생긴 것으로, 우리나라에 한자 사용이 성행했을 때 중국 사람들이 사용했던 중추(仲秋), 칠석(七夕), 월석(月夕) 등을 본받아 추석이라고 한 것으로 추측된다.

추석이란 말은 중국측 문헌인 '예기'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민족이 크게 지내는 2대 명절 중에 하나인 추석의 명칭은 가배가위한가위 추석으로 명칭의 변화가 일어났는데 한자문화의 혼용으로 우리 고유어인 한가위가 추석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추석이란 단어보다는 우리 고유어인 '한가위'로 고쳐 부르는 데 주저하지 말고 사용해보자. 유래에서 알아보았듯이 한가위란 단어는 우리민족과는 뗄 수 없는 전통적인 추수감사제이다. 그렇다면 민족 구성원 모두가 즐거워하고 기쁨에 충만한 한가위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곳이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한가위 선물에서부터 나타나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자아내고 있다.

청주에서는 오랫동안 비정규직 문제로 처절한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청주공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올해 한가위 선물로 회사식당에 네비게이션, MP3, DVD 플레이어, 도자기 등 20여만원 내외의 추석선물을 진열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골라 신청하도록 하였다.

회사에서 한가위 선물비용으로 11만원을 지원하고 11만원이 넘는 차액은

개인이 부담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똑같은 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식당에서 똑같은 밥을 먹는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치약, 치솔, 샴프 등이 담긴 선물세트를 지급하기로 하였단다.

이처럼 한가위 선물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화가 현실로 나타나는데 다른 영역에서는 어떠할까, 우리 모두의 상상에 맡겨보자. 이러한 곳이 어디 한 두 곳인가.

즐거워야 할 한가위가 울분과 분노를 느끼게 하는 차별화의 또 다른 현장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아프기만 할 뿐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돌봄이 필요한 구석지고 그늘진 곳을 찾는 손길은 없어지고, 자신들만의 삶을 향유하기 위해 해외로 긴 연휴를 즐기려는 행렬이 인천국제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보도는 더욱 우리들의 가슴을 저미 게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 한가위만이라도 나의 작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나서 보자. 우리보다 못한 이웃들이 여러 곳에서 우리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작지만 함께 나누는 배려가 한가위를 지내는 우리 모두의 선물이 차별화가 아닌 진한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날이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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