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에서의 진보란
생물에서의 진보란
  •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 승인 2014.06.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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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교육감선거가 끝이 났다. 진보 교육감이 많이 당선됐다고 나라가 떠들썩하다. 고쳐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참, 말도 많다. 진보의 반대가 마치 보수인양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보수는 ‘기존의 교육을 지키는 것이고, 진보는 바꾸는 것이다’라고 단정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이점을 생물의 진화적인 관점에서 도입해 보자.

환경은 계속 변화한다. 이제 감귤이 남해안까지 상륙했고 동해안의 동태는 잡히지 않은 지 오래됐다. 기후가 변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동물들은 이동한다고 치고 식물들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이동한다고 해도 동물이나 바람 등 단순한 방법에 의해 전에 있던 환경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없다. 즉 지금 있는 곳에서 생존을 걸고 변화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그 종은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식물 종의 다양성이 많은 편이다. 즉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특산종도 많고,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응해 다른 종과 구별되는 것이다. 생존을 건 도박에서 스스로 변화한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백합의 몇 품종이 현관에 예쁘게 피어 있다. 붉은색, 노란색 등. 과학동아리 학생들이 물을 주고 사진을 찍어서 관찰하고 있다. 꽃이 아름답게 피고 씨방도 있는데 종자를 만들지 않는다. 즉 유성생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성생식의 뿌리로 번식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부모와 자손이 유전자가 같다는 것이다. 즉 기후가 바뀌면 없어진다는 것이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형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같은 환경에 자손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단지 바람이다. 절대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물론 야생 백합은 종자를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연에서는 끊임없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유전자가 변화되어 새로운 종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과연 얼마나 유전자가 변할 것이냐이다. 대부분 유전자가 변한 돌연변이는 열성이다. 자손을 만들지 못하거나 좋지 못한 형질을 자손에 남겨서 돌연변이의 개체로 사라지게 만든다. 돌연변이는 기존의 유전자가 변한 것이다. 많이 변하면 사라지고, 변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후에 적응해 살 수 없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생물에서의 진보는 변화에 적응해 살아가는 정도의 차이이다. 보수라고 해서 기본의 것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과연 우리가 살아가지 않을 세상의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인가? 대답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는 대답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선택했고 변화에 적응해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성 생식하는 백합과 같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게 되거나 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 미래의 학생들은 누가 보호해 줄까? 점심시간에 식당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을 본다. 매우 기쁜 마음으로 식당 앞에 줄을 서서 식판을 들고 밥을 받아서 즐겁게 식사를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생존과 미래를 위한 즐거운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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