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4.06.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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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말은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가장 적합한 도구이다. 그러나 말은 억양과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다른 도구로는 글이 있다. 객관적으로 서술할 수도 혹은 한쪽으로 치우친 글을 쓸 수 있다.

독자는 비교와 분석을 통해서 글이 가진 사실과 그릇된 정보를 구분하고 상황을 이해한다. 이 외에도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주는 매개체는 많다. 음악, 미술, 춤 등으로 우리는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음악은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기 쉬운 매체이다. 친근한 대중음악에서 조금은 어려운 클래식까지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기쁘게 해주고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미술은 다르다. 그림, 조각 등 이해하려 부단히 애쓰고 잘하려 노력해도 나는 늘 그 자리였다. 그림으로 위로받고 싶고 그린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싶지만 어려운 수수께끼를 푸는 듯 힘들어했다.

한때는 그림을 풀이해 놓은 책을 찾아 읽으며 부단히 그림과 친해지려 노력했다. 그림을 보고 그림에 그려진 이야기 찾기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어떤 그림은 신화를 빗대 그려진 시대의 역사를 표현하고 있었으며, 어떤 그림은 작가의 고뇌가 표현되어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읽으며 보는 그림은 내게 많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으며 나는 오랫동안 자세하게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유명화가의 국내 전시를 곧잘 찾아다니는 나는 이제 내 멋대로 그림을 이해한다. 어느 소설가의 “작품을 쓰고 발간하고 나면, 이제 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의 이야기이다.”라는 말처럼, 그림도 그려지고 나면 보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덧씌워지고 그들만의 것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볼 때 늘 감정에 치우치게 되었다. “저 그림은 우울해”, “저 그림은 행복해져”, “저 그림은 기쁘게 만들어 주는구나!”라고 하는 것처럼 오로지 내 감정과 생각만으로 보고 느꼈다.

도서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이주은 저·이봄)는 그렇게 편하게만 보던 그림 감상에 살을 붙여주는 책이다.

보티첼리, 피카소, 마네, 모네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을 탐하던 내게 조금은 생소한 유럽의 19세기 말에서 20세기까지 벨 에포크 시대의 작품들을 시대적 상황과 그림에서 표현된 것에 대하여 섬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림을 보고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다시 보는 과정을 반복하면. 그림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풍부해진다. 내가 보고 느끼는 단순한 감정과 담긴 이야기가 어우러져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완성해가는 느낌이다.

그림은 동굴벽화를 그리던 시대에서부터 인간의 생각을 표현해준 오랜 역사를 가졌다. 그러나 잘함과 못함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순간부터 그림은 우리에게 어려운 숙제와 같아졌다.

그림을 편안하게 마음대로 해석하며 보았지만 그런 감상은 늘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가 궁금하나 알 수가 없어 개운치 않은 감상으로 끝을 맺게 된다. 그림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읽느냐는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그림에 다가서기를 머뭇거리는 사람에게 이 책이 그림과 친해지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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