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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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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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살리고 살아나게 하는 말 한 마디

새며느리가 시댁에 들어와 첫밥을 짓다가 밥을 태워버리고 말았다.

친정어머니로부터 첫밥이 중요하다는 당부의 말을 듣고 신경을 지나치게 쓴 것이 도리어 잘못된 것이다.

며느리는 크게 당황했으나 식사시간이 되어 밥을 다시 할 수도 없어 탄내가 물씬 나는 밥을 시아버지께 올렸다.

그리고 불호령이 떨어질 순간만을 안절부절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도록 안방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고 잠시 후 밥상을 물리는데, 시아버지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어 있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너무 송그스러워 그 자리에 엎드려 사죄드렸다.

"아버님 첫 진지에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시아버지는 며느리보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의외의 답변을 했다.

"아가! 네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러느냐 나는 너에게 사과를 하려던 참이었다. 내가 지난 장날 솥을 사러 갔었는데, 두꺼운 솥 값이 비싸기에 얇은 솥을 골랐지. 그랬더니 솥장수가 돈 몇 푼 아끼지 말고 두꺼운 솥을 사가라고 했는데 그래도 얇은 솥을 샀더니 내 뒤통수에 대고 소리치는 거야. 가서 밥을 하면 밥이 잘 탈거라고. 대꾸도 않고 돌아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아가 솥을 잘못 사온 내가 탄밥을 먹은 것은 당연하다마는 귀하게 자란 네가 이 집에 시집와서 첫날부터 탄밥을 먹게 됐으니 면목이 없구나."

그때 곁에서 듣고 있던 시어머니가 대화에 끼어 들었다.

"여보 당치않아요. 그건 당신 잘못도 며느리 잘못도 아닙니다. 내가 시집왔을 때는 시어머니가 첫밥을 해주셨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첫밥만큼은 며느리에게 다 맡겨놓고 늦잠을 자는 통에 밥이 타버렸어요.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어요."

이번엔 곁에 있던 아들이 급히 말을 받았다.

"누룽지를 좋아해서 오늘 아침 이 사람에게 누룽지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이 사람이 누룽지를 많이 만들려다 밥을 과하게 태웠나 봅니다. 첫밥을 하는데 쓸데없는 부탁을 한 저의 허물이 큽니다."

시부모 그리고 남편 세 분이 자신의 실수를 서로 감싸주는 말을 들으며 며느리는 말할 수 없는 화목함을 느꼈고, 자신이 해야할 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날 이후 며느리는 시부모를 친부모처럼 남편을 친오라비처럼 정성을 다해 받들어 화목한 가정을 일구었다.

꾸중을 하고 화를 낼만한 일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감싸주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면 잘못을 저지른 상대방은 저절로 잘못을 깨달을 뿐 아니라 먼훗날까지 고마운 마음을 잊지않게 된다.

서로를 감싸주는 말 한 마디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의 생활화요, 해탈을 이루는 바라밀행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부드러운 말 한 마디, 감싸주는 말 한 마디로 일체의 시비를 끊어버리면 그곳이 행복이요, 극락이요, 불국토이다.

가까운 사람과의 화목은 우리가 하는 일을 성취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유는 부드러운 그 말이 모든 것을 살려내는 자비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음 속에 자비심을 갖고 시랑으로 감싸 하는 말을 하는데 어찌 일이 잘되지 않겠는가

이 순간부터 그릇된 말, 시시비비를 가리는 말일랑은 그만 닫아버리고 서로를 살리는 말, 화목의 말을 하자.

나아가 정법에 입각한 정어(正語)로써 뭇 생명있는 자들을 일깨워 원만성취, 진실이 가득한 자타일시성불도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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